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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조희팔’, 영국서 징역 11년 8개월···리버랜드 여왕 꿈꾸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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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11일 영국 런던 서더크 크라운법원 재판정.

2021년 영국 경찰은 웬을 체포하면서 첸즈민이 보유한 비트코인 약 6만1000개를 압수했다.

2024년 영국 수사팀은 과거 그의 암호화폐 지갑과 연계된 거래소에서 움직임을 포착했고 추적 끝에 영국 요크 교외의 한 주택에서 첸즈민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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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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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조희팔’, 영국서 징역 11년 8개월···리버랜드 여왕 꿈꾸던 사기꾼

입력 2025.11.12 16:51

수정 2025.11.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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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경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도주 중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한 첸즈민. 사진 런던경찰청

도주 중 마스크와 안경을 착용한 첸즈민. 사진 런던경찰청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더크 크라운법원 재판정.

샐리앤 헤일스 판사는 피고인 첸즈민을 향해 “당신은 이 범죄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주범이다. 당신이 저지른 자금세탁 규모는 전례가 없으며 동기는 오로지 탐욕이었다”고 지적하며 징역 11년 8개월을 선고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대를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말로 12만8000명에게서 430억위안(약 8조8600억원)을 끌어모은 대규모 폰지(다단계) 사기의 주범에게 심판이 내려지는 순간이었다.

피고석에 앉아 있던 첸즈민은 선고가 내려지자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영국 BBC·스카이뉴스와 중국 차이신·관찰자망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첸즈민의 사기 행각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건강보조식품과 고수익 투자 상품을 내세운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 사건이 발생해 수천 명의 피해자가 생겼다. 첸즈민은 이 조직의 핵심 설계자이자 운영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리샤’라는 가명을 사용해 실제 배후임을 숨겼으며 사건 이후 체포된 핵심 인물들이 징역형을 선고받는 동안 홀로 법망을 피했다.

첸즈민이 도피 당시 임대한 런던 햄스테드 지역의 한 고급 주택. 당시 월세는 1만7000파운드(약 3275만원)였다. 사진 영국 왕립경찰청

첸즈민이 도피 당시 임대한 런던 햄스테드 지역의 한 고급 주택. 당시 월세는 1만7000파운드(약 3275만원)였다. 사진 영국 왕립경찰청

이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자금 운용과 세탁 경험을 쌓은 첸즈민은 2014년 톈진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해 3월 그는 ‘톈진 블루스카이 그리’라는 회사를 세워 사기 사업을 본격화했다. 겉으로는 ‘블록체인·전자기술 프로젝트 개발’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정교하게 포장된 다단계 사기 조직이었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50세에서 75세 사이의 고령층으로 첸즈민의 “배당금과 수익이 보장된다”, “당신의 집안 삼 대를 부자로 만들어주겠다” 등의 말을 믿고 수십만에서 수천만위안(약 수천만~수십억원)에 이르는 돈을 투자했다.

2017년 7월 톈진시 공안국은 ‘불법 대중 자금 모집죄’ 혐의로 회사를 압수수색 및 폐쇄했다. 이 사건으로 관련자 80여 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첸즈민은 수익금 일부를 약 7만개의 비트코인으로 전환한 뒤 도주했다. 그는 가상자산 지갑을 담은 노트북 한 대를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미얀마 국경을 넘어 탈출했다. 이후 동남아시아 등지를 전전하다가 2017년 9월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도주 당시 첸즈민은 카리브해 소국 세인트키츠앤드네비스에서 발급받은 위조 여권을 이용해 신분을 숨겼다.

첸즈민은 ‘국제 보석 사업가’로 위장해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다. 사진 런던경찰청

첸즈민은 ‘국제 보석 사업가’로 위장해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다. 사진 런던경찰청

2018년 첸즈민은 패스트푸드점 직원 출신 조력자 웬젠과 함께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런던 등지에서 고급 부동산을 매입하려 했다. 그러나 자금 출처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영국 당국의 의심을 받았다. 당시 두 사람은 ‘국제 보석 사업가’로 위장해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보석을 구입하고 런던 해러즈 백화점에서 명품 의류와 신발 구입에 수천만원을 쏟아부었다. 그는 중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들만 골라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력자 웬은 벤츠 같은 고급 차량을 구입하고 아들을 학기당 수천만원이 드는 런던의 사립학교에 보내며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2021년 영국 경찰은 웬을 체포하면서 첸즈민이 보유한 비트코인 약 6만1000개를 압수했다. 첸즈민은 미리 도피했다. 2024년 영국 수사팀은 과거 그의 가상자산 지갑과 연계된 거래소에서 움직임을 포착했고 추적 끝에 영국 요크 교외의 한 주택에서 첸즈민을 체포했다. 당시 첸즈민의 운동복 바지 안쪽 비밀 주머니에서는 가상자산 지갑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그는 체포 직전까지 요리사, 운전사, 경호원 등을 고용했고 이들에게 휴대전화 사용 금지와 사진 촬영 금지를 명시한 비밀 유지 계약서도 쓰게 했다.

‘중국판 조희팔’ 첸즈민. 런던경찰청 홈페이지

‘중국판 조희팔’ 첸즈민. 런던경찰청 홈페이지

조사 과정에서 첸즈민의 공범이 2008년 사망한 홍콩 희극 배우 션덴샤의 이름으로 여권을 발급받으려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션덴샤와 첸즈민의 얼굴과 체구가 비슷한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첸즈민은 동유럽의 소국 리버랜드에 투자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지역에 유럽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과 공항을 건설해 현지의 환심을 사고 ‘국가 지도자’로 선출돼 외교적 면책특권을 얻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 귀족과의 교류를 꿈꾸고, 달라이 라마로부터 ‘환생한 여신’으로 인정받길 바란다는 등 망상에 가까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체코와 세르비아 국경 사이에 있는 리버랜드는 ‘유럽의 조세회피처’를 자처하는 자칭 국가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면적이 약 7㎢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약 8.4㎢)보다도 작다.

재판에서 첸즈민 측 변호인은 그를 “세계 최대 규모의 여성 비트코인 보유자이자 비트코인 개척자”라고 포장하며 “사업이 사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거대한 금융사기를 미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압수된 비트코인 6만여개를 두고 영국 정부와 중국 내 피해자들 간의 법정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보상액이 단순 원금이 아닌 비트코인 가치 상승분까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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