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가 12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의 표명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의 항소 처리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차관과 검찰 사이의 ‘수사지휘권 발동’ 논란과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이 함께 터지면서 검찰 조직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내년에 시행될 검찰청 폐지 등 검찰개혁을 앞두고 수장 없이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된 검찰의 내홍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의 이날 사의 표명은 지난 7일 항소 포기 결정 이후 닷새 만이다. 초임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사퇴 요구가 거세지면서 수장으로서 신뢰를 잃어 직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는데, 검찰 내에선 선고 형량이 검찰의 구형량에 미치지 못했지만 항소를 포기한 건 이례적이라며 반발이 나왔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고, 이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지검장들과 8개 지청의 지청장들이 각각 공동명의로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며 집단 반발에 가세했다. 이들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의 해명과 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에 평검사인 대검찰청 연구관들까지 노 대행을 직접 찾아가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하자 사태는 ‘검란’으로 비화됐고 노 대행의 리더십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법무부 장관·차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논란도 기름을 부었다. 노 대행이 대검 간부들에게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용산(대통령실), 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법무부 차원의 항소 포기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한 것뿐”이라며 반박에 나섰지만,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 포기 결정 전에 노 대행에게 전화해 법무부의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수사지휘권 행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1일 연가를 내고 집에서 칩거한 노 대행은 12일 출근 뒤에는 온종일 사의 표명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근길에는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업무를 보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들과의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행은 퇴근 뒤 집을 찾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일이 넉 달 같았고 지난 4개월이 4년 같았다”며 “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총장·차장 역할을 모두 하니까 힘들었다. 또 대통령실과 방향이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고, 좀 다른 방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78년을 버텨 왔고 제가 빠져줘야 빨리 정착이 된다 생각해서 제가 빠져 나온 것”이라며 “성상헌(법무부 검찰국장)이나 이진수(차관)도, 대검 참모들도 다 나라를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도 나라고, 검찰도 나라의 한 부속품”이라며 “우리가 다 나라를 위해 일했다.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은 상처만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에 시행될 ‘검찰청 폐지’ 등 검찰개혁을 앞두고 ‘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관련된 정치적인 사건을 놓고 갈팡질팡한 노 대행과 이를 막아서기 위해 검란을 불사하며 나선 조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 신뢰를 져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수사지휘권 발동 논란도 문제지만, 결국 스스로 존재 가치를 무너뜨리고 개혁해야 할 필요성만 보여준 사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내에선 이번 사태를 놓고 ‘선택적인 정치검찰의 모습’이라는 비판도 터져나왔다. 노 대행의 사의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하지만 향후 개혁을 앞둔 검찰의 앞날은 어둡기만 할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