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 급한 카페 사장님들은 11월 첫주부터 성탄 캐럴을 들려준다. 징글벨 징글벨. 새빨간 루돌프 사슴코와 빨간 트리에 달린 잘랑잘랑 방울들. 방울소리를 듣노라니 엉뚱하게도 점집에서 흔든다는 방울소리 얘기가 떠올라. 소설가 성해나의 단편 ‘혼모노’엔 신애기(신딸)의 방울소리 장면이 나온다. “그 애는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점집 골목으로 들어가버린다. 그 애가 걸음을 뗄 때마다 에코백에 달린 무령에서 잘랑잘랑, 방울소리가 난다.” 연애사 정도 물어보는 신애기야 귀여운 노릇이지만, 한동안 국가 대사 나랏일까지 점을 본 듯한 의혹들. 어이없는 나라에서 살았다.
점집 골목에 방울을 들고 다니는 신애기가 있다면, 제주도 바닷가엔 물애기가 있다. 제주에선 갓난아기를 가리켜 ‘물애기’라 부른다지. 엄마 뱃속 물에서 지내다가 세상에 나와 바닷물을 만지며 자랄 물애기. 바람 많은 제주에선 매달아 놓은 모든 종과 방울마다 쟁그랑거린다. 수캉아지도 방울을 매달고 다니면서 잘랑잘랑, 하늘을 나는 루돌프 사슴도 방울소리를 잘랑잘랑. 겨우내 징글벨이겠다. 일이 있어 제주행 비행기 표를 한 장 끊었는데, 벌써부터 귓속에서 종소리가 요란해.
나는 딸을 낳아보지 못해 환상이 하나 있다. 딸을 둔 아빠는 얼마나 좋을까 하는. 무뚝뚝한 울 아들은 카톡도 잘 읽지 않더만. 칫, 여자아이 카톡엔 답도 잘하겠지.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여자애들에게 선물을 ‘댑다’ 준다. 그럴 만도 한 게 애교와 귀여움 앞에 장사가 없지. 누구네 딸이 수능을 본다 하여 격려해주었는데, 부모에게 ‘세바시’에 나오는 작가 김훈 샘의 ‘아름다움과 분노’를 링크해서 보내주었다. 영특한 신애기들이 아우성거리는 날의 기록. 겉으론 지옥 같다만 세상은 한없이 아름답다. 종소리, 방울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결국 찾아오겠고, 그날 후회할지 몰라라.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