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임위원 “윤·김 수용 구치소 ‘미결수 인권’ 살펴야”
연초부터 방문 예정된 시설엔 “시간없다” 조사 미뤄
노조 “담당부서 거치지 않고 ‘안건 직접 의결’ 이례적”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가운데)이 지난 5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하자 위원장의 지시로 퇴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김건희 여사가 수용된 구치소 방문조사 의결을 밀어붙이면서 정작 연초부터 계획된 다른 방문조사 일정은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은 구치소 방문조사 안건을 직접 소위윈회에 제출한 뒤 의결을 주도했다.
13일 경향신문이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올해 안건 목록을 보면 김 위원이 위원장을 맡은 인권위 침해구제2소위는 지난달 28일 9차 회의를 열고 ‘갱생보호시설 방문조사 계획(안)’을 다음 회의에 재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은 안건 재상정 이유로 ‘조사 시간이 없음’ ‘이미 조사가 이뤄졌음’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김 위원은 윤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 김 여사가 있는 서울 남부구치소 등에 있는 ‘미결수’의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하겠다는 취지의 ‘교정시설 방문조사 계획’ 안건을 이한별 인권위원의 동의를 받아 직접 낸 뒤 곧바로 의결했다. 인권위 노조에 따르면 인권위원이 담당 부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위원회에 방문조사 안건을 제출해 의결한 것은 위원회 설립 이래 처음이다.
지난 3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에서는 구치소 방문조사 의결을 두고 ‘특검 피의자인 김 위원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위원은 ‘특검과의 관련성’을 부정하며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미결 수용자의 인권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인권위 방문조사 일정은 담당 부서가 연초에 연간업무계획을 수립할 때 정해둔다. 순서가 다가오면 소위에 방문조사 계획안을 올려 의결 절차를 밟는다. 이번에 의결이 연기된 ‘갱생보호시설 방문조사’ 역시 연초에 계획한 일정이다. 갱생보호시설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 등 ‘갱생보호대상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숙식,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반면 서울구치소, 남부구치소 조사는 지난 5월 작성된 인권위의 올해 ‘교정시설 방문조사 계획’에도 없었다. 조사 대상을 결정할 수 있는 김 위원도 지난 7월 교정시설 방문조사 안건을 의결할 때까지는 ‘미결수 인권’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올해 교정시설 방문조사 계획 수립 때부터 (김 위원이) ‘미결수 인권’에 집중하자고 했으면, 그대로 진행됐을 것”이라며 “2022년 미결 수용자 인권 전반을 조사했는데, 어떤 큰 변동이 생겨서 다시 조사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기헌 의원은 “김 위원이 특정인 면회를 원한다면, 개인 자격으로 가면 될 일”이라며 “갱생시설 조사는 ‘시간 부족’으로 미루고, 윤석열 김건희가 있는 구치소 조사를 최우선으로 하는 ‘선택적 인권’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