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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논란

입력 2025.11.13 21:32

수정 2025.11.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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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에 새벽 댓바람부터 ‘쌈박질’하듯 논란이 거세다. 고백하자면 외국인이 자정에 배달 온 음식에 놀랄 때 하릴없이 ‘K자부심’이 차올랐다. 지난겨울 트랙터를 타고 탄핵 집회에 올라온 농부들이 남태령에서 막히자, 단숨에 은박 방한재를 공수해 영하의 밤을 버텼던 연대에 감동한다. 그러다 새벽배송 논란을 보고 깨달았다. 우리는 뭘 해도 24시간 밤샘을 하고, 무엇이든 빛의 속도로 배송받고, 그리하여 과로와 과잉이 아니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K컬처’의 몸체로구나.

선거 때마다 ‘저녁이 있는 삶’이니 주 4일 근무제 같은 말을 듣는다. 이런 구호는 정치란 공동체의 이상을 찧고 까불면서 서서히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행위임을 깨닫게 해준다. 100년 전만 해도 여성 참정권이니 흑백 분리 정책 폐지는 되지도 않을 헛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뼈 때리는 글을 읽었다. 주 4일 근무제를 하려면 찾아간 식당이 문을 닫았거나, 택배와 인터넷 고장 수리 등이 늦어지더라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시민들이 있어야 한다고. 내가 주 4일 일하면 남도 그렇고 내가 저녁에 쉬면 남도 쉰다. 따라서 사회적 속도를 늦추고 과잉과 과로를 덜어내기 위해서는 살벌한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유체이탈 화법이 아니라 스스로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제로웨이스트 가게의 사장인 나는 월급을 깎지 않고 휴무일을 늘릴 수 있을까. 가게 매니저들은 월급이 좀 줄어도 노동시간이 줄어들길 바랄까.

새벽배송을 두고 한쪽에선 최고의 유통 혁신이라며 소비자 편의가 높고 이 일을 원하는 노동자도 많다고 한다. 반면 취약한 노동자를 착즙하는 기업 시스템을 지적하며 그간의 과로사를 증거로 제시한다. 또다시 새벽에 3만보를 찍고 계단에 쓰러진 택배노동자의 부고가 들릴까 두렵다.

2011년 약 20명이 떼를 지어 파자마 차림에 찜질방 ‘양머리’를 이고 대형마트에 드러누웠다. 당시 대형마트는 모두 365일 24시간 운영했는데, 밤에 문 닫는 대형마트는 식료품이 없는 슈퍼마켓처럼 말이 안 됐다. 우리는 파자마 차림으로 장을 본 후 “밤에는 좀 자자”라고 외쳤다. 야간노동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 요인이며, 24시간 운영은 에너지 소비와 빛공해, 끊임없는 소비를 가져온다. 경찰서, 소방서, 응급실 등의 꼭 필요한 야간 업무를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노동조합, 동네 자영업자들이 힘을 모으자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이 실제 도입될 수 있었다.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빠른 속도가 기본값이 된다. 쿠팡이 하면 CJ 택배도 주 7일 운영을 하고, 마켓컬리가 하면 오아시스마켓도 새벽배송을 한다. 이보다 늦은 업체나 이 속도를 못 버티는 사람은 비효율적이고 뒤처진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운송 수단 중 비행기가 가장 많은 연료를 쓰는 이유는 제일 빠르기 때문인데, 24시간 쉼 없는 속도는 엄청난 에너지와 사람을 갈아넣어야 구현된다. 온라인 밤샘 쇼핑의 속도전을 위해 이 사회는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새벽배송 논란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넘어 시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기를 원하는지를 묻는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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