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배 이야기
이언 그레이엄 지음 | 이재황 옮김
산처럼 | 228쪽 | 3만3000원
1851년 영국 남해안 일대에서 요트 경주대회가 열렸다. 국제 요트 대회의 시초라 불리는 이 대회에 미국 요트 한 척이 참가했다. 선명은 ‘아메리카’였다. 아메리카호는 닻줄이 엉키는 바람에 늦게 출발했다. 하지만 속력이 워낙 뛰어나 다른 요트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14척의 경쟁자들이 꺼리는 암초 코스를 지름길로 택해 질주했다. 출발 8시간 반 만에 아메리카호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보다 8분이나 빨랐다.
상업용이나 전투용 돛배가 주류였고, 오락용 돛배는 영국이 주름잡던 시대에 아메리카호의 우승은 미국을 한껏 고무시켰다. 이 배는 나중에 미국 남북전쟁에 동원된 후 수장되는 운명을 맞았지만, 그 이름은 아직도 살아있다. 세계 최대 요트 대회 ‘아메리카 컵’의 명칭이 이 돛배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배 이야기>는 아메리카호처럼 인류사에서 한 획을 그은 배들의 이야기다. 바다 위의 ‘개척가’ 혹은 ‘게임 체인저’라 불릴 만한 배들이 엄선됐다. 50가지 선박 목록 중 상당수는 전쟁과 연관되어 있다. 전쟁을 첨단기술의 배양토라고 부르는 이유가 해상에서도 증명된다. 중세 이후 전함은 선박 기술 발전을 견인했다.
진화론을 낳은 다윈의 ‘비글호’와 50년간 4700여 차례 잠수한 심해 탐사선 ‘앨빈호’처럼 드물지만 과학 분야의 개척자도 등장한다. 물론 타이태닉호, 토리 캐니언호 등과 같이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의 주인공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거북선은 목록에 없다. 다만 번외편처럼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다.
책은 사진과 그림 자료가 풍부한 소형 백과사전이다. 개인적으로는 최초로 호주 땅을 밟은 호모 사피엔스들이 타고 갔던 배도 꼽힐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배의 이미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서 제외됐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