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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대학 진학을 거부한 10대 학생들이 모여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라고 선언하고 '가방끈'으로도 불리는 학벌주의가 사라지길 바라며 투명가방끈을 결성한 것인데요.

특히 투명가방끈은 청소년의 삶이 '대입'이란 획일적 목표에 휩쓸려가는 현실을 비판하며 매년 11월 대학에 가지 않은, 혹은 가지 못한 청소년들의 존재를 드러내 왔습니다.

올해 수능을 앞두고 투명가방끈은 '저항일력'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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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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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거부한 10대들이 결성한 ‘투명가방끈’ 이야기

입력 2025.11.14 07:00

  • 유설희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연혜원, 공현, 난다(왼쪽부터)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손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연혜원, 공현, 난다(왼쪽부터)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손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드디어 어제(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습니다. 한국에서 수능날은 일종의 ‘명절’입니다. 거리 곳곳엔 수험생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수능 당일엔 비행기까지 잠시 멈추는데요. 온 나라가 수험생에 집중하는 이 날을 조금 다르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단체 ‘투명가방끈’ 활동가들입니다. ‘가방끈’으로 표현되는 학력, 학벌 차별에 반대하며 가방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데요. 이들은 ‘수능 100일’ 대신 ‘저항 100일’을 세며 ‘수능 다음의 세계’를 상상해왔다고 해요. 우혜림 기자가 ‘투명가방끈’ 활동가들을 지난 10일 만났습니다. 오늘 ‘에디터픽’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대학 진학 거부한 10대들, 학벌주의 사라지길 바라며 투명가방끈 결성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난다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난다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투명가방끈은 2011년 ‘대학입시거부선언’에서 출발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거부한 10대 학생들이 모여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라고 선언하고 ‘가방끈’으로도 불리는 학벌주의가 사라지길 바라며 투명가방끈을 결성한 것인데요. 특히 투명가방끈은 청소년의 삶이 ‘대입’이란 획일적 목표에 휩쓸려가는 현실을 비판하며 매년 11월 대학에 가지 않은, 혹은 가지 못한 청소년들의 존재를 드러내 왔습니다.

올해 수능을 앞두고 투명가방끈은 ‘저항일력’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수능 디데이 100일을 세던 문화를 뒤집어 ‘수능 저항 100일’을 기록한 건데요. “아무도 시험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존재는 시험 그 이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에서 사다리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함께 손잡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등 입시 경쟁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쓴 문장들을 모아 하루 하나씩 기록했습니다.

투명가방끈 결성부터 함께한 활동가 난다(활동명)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그가 “단풍이 들고 꽃이 피는 세상을 두고 책상 앞에만 10시간씩 앉아 있는 답답함”보다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성적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어른들의 말이었습니다. “너 그러다 지방대 간다” “나중에 커서 배추 장사나 한다” 등 점수로 ‘실패자’를 구분 짓는 말들이 싫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도 진짜 내 자리는 없는 느낌”을 떨치기 위해 난다씨는 학교 밖으로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안에서 ‘끈기 없는 학생’으로 평가받던 난다씨는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공현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공현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활동가 공현(활동명)씨는 소위 명문대에 진학했습니다. 사람들은 오직 대학 이름으로만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다른 곳에 있는데…” 학벌로만 평가받는 현실이 재미없었던 공현씨는 대학을 떠나 투명가방끈에 들어왔습니다. 공현씨는 자신을 ‘명문대 중퇴생’이 아닌 “웹소설 10개를 동시에 읽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웃었습니다.

연혜원씨는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 “학벌주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인터뷰한 혜원씨는 “공부를 못하는 애”, “대학을 못 간 애”라는 낙인이 현장실습생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까지 정당화한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대학원 내에서 출신학교 등으로 차별받는 자신의 모습이 그 학생들과 겹쳐 보였습니다. “불행이 닥치도록 설계된 세계가 수능이 만든 세계”라는 것을 깨달은 혜원씨는 지난 10일 “우리는 수능이 만든 세계에 살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손에 들었습니다.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연혜원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학력, 학벌주의를 비판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연혜원씨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드디어 어제(13일) 수능이 끝났습니다. 이들의 ‘저항 100일’도 끝이 났는데요. 혜원씨는 말합니다. “먹물이 담긴 컵에 물 한 방울을 넣는다고 먹물이 사라지진 않지만 그 한 방울이 쌓인다면 물이 투명해질 수 있잖아요. 한국 사회 학벌주의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100일 동안 매일 한 문장을 기록하듯 작은 저항들을 꾸준히 쌓는다면 우리 사회 ‘가방끈’도 투명해지지 않을까요?”

혜원씨의 바람처럼 우리 사회의 ‘가방끈’은 전보다 투명해졌을까요?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의 가방끈에 대한 집착은 더 심해진 듯 합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올해 76.3%로 1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한국리서치가 공개한 ‘2025 교육인식조사’에 따르면, 학력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도 8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4세고시’ ‘7세고시’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대입경쟁은 유아 수준까지 내려 간 지 오래입니다. 입시경쟁과 학력·학벌 차별사회 문화를 바꾸겠다며 투명가방끈이 출범한 지 14년이 흘렀는데도 ‘대학간판’이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우리 사회의 믿음은 도리어 공고해지고 있는 이 현실, 이제는 바꿔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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