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협상 결과 문서에 비핵화 의지 재확인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위해 협력
“양안 문제 평화적 해결”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 정상의 두 차례 회담 결과가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협상 결과 문서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한·미는 14일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9월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긴 했지만, 한·미 정상이 이를 문서에 담은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핵군축 단계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한·미는 또 북·미 정상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할 것도 약속했다. 싱가포르 합의에는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등이 담겼다. 북한이 미국 등의 위협을 이유로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상황에서 북·미 협상이 재개되려면 싱가포르 합의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한·미는 이날 팩트시트에서 두 정상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긴밀히 공조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했다”고 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수위를 낮춰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은 일본과의 3자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두 정상은 “항행·상공비행의 자유와 여타 합법적인 해양 이용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재확인했다”라며 “모든 국가의 해양 권익 주장은 국제해양법과 합치해야 함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는 한·미가 그간 합의문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을 겨냥할 때 쓴 표현이다. 다만 이번에 ‘남중국해’를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다. 두 정상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으며,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여기며 타국이 이에 관여하는 데 반발해왔다.
또 이날 팩트시트에 포함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내용도 중국엔 민감한 사안이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두고 “한·미 간 핵추진 잠수함 협력은 단순한 상업적 협력 차원을 넘어 국제 핵 비확산 체제와 한반도 역내 평화·안정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한국은 (이런)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이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이 대사는 향후 주한미군이 대만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놓고는 “한·미 동맹이 결코 대만 문제에 불을 붙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팩트시트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언급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시 주석과) 경제 협력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 간의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대처해 가자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와 입장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근거 없이 배척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미국도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또 한편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중국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흔들림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