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오른쪽)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프리킥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캡틴’ 손흥민(33·LAFC)의 킬러 본능이 승리가 절실했던 볼리비아전에서 빛났다.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프리킥으로 데뷔골을 넣어 ‘올해의 골’을 수상한 그가 한국 축구에서 A매치 프리킥 득점 공동 1위(7골)의 주인공이 됐다. 감동의 복귀전을 치른 조규성(27·미트윌란)도 복귀골로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홍명보 감독(56)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의 복병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프리킥 선제골과 조규성의 추가골을 묶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볼리비아와 상대 전적에서 2승2무로 우위를 지켰다. 올해 마지막 A매치의 첫 시작을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아프리카 강호 남미와 맞붙는다.
“내용이 아닌 결과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던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볼리비아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따져도 한국은 22위, 볼리비아는 76위로 큰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볼리비아는 자국 명문팀 볼리바르에서 뛰는 카를로스 람페, 에르빈 바카, 카를로스 멜가르, 롭슨 마테우스가 소속팀 일정 문제로 이번 원정에 불참해 온전한 전력도 아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존의 주 전술인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선 한국은 경기 초반 상대를 밀어붙였지만 실속이 없었다.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백승호(버밍엄시티), 이동경(울산) 등 미드필더들의 줄부상으로 생긴 중원 공백이 원인이었다. 공·수 전환의 속도가 느려 상대 수비를 위협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이재성(마인츠)의 다이빙 헤더가 전반전 득점에 가까운 유일한 장면이었다.
전반전 슈팅 갯수가 5개로 똑같았던 볼리비아도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볼리비아는골문을 향한 유효 슈팅이 4개(한국 2개)로 상대적으로 날이 섰다. 엔조 몬테이로와 페르난도 나바가 페널티지역을 파고들 때마다 긴장감이 흘렀다. 수문장인 김승규(도쿄)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던 위기가 적잖았다.
답답한 흐름을 풀어낸 것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0-0으로 맞선 후반 12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살렸다. 손흥민은 페널티아크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슛으로 볼리비아의 골문 왼쪽 상단을 꿰뚫었다.
손흥민의 A매치 통산 7번째 프리킥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지난해 4월 필리핀을 상대로 프리킥 득점을 성공시켰던 지소연(시애틀 레인)과 함께 남·녀를 통틀어 A매치 프리킥 득점 공동 1위가 됐다. 또 손흥민은 A매치에서 통산 54호골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의 A매치 최다골(58골)에 4골차로 근접하게 됐다. 손흥민은 지난달 차 감독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상 A매치 136경기)이 보유하고 있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9경기)은 갈아치우면서 매 경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손흥민(오른쪽)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31분 조규성과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의 득점은 새로운 실험에 나설 수 있는 여유도 줬다. 조규성(미트윌란)이 후반 31분 손흥민 대신 교체 투입됐다. 조규성은 무릎 부상 이후 합병증으로 오랜 기간 재활에 매진하다 이번 소집에서 1년 8개월 만의 부름을 받았다. 조규성은 황희찬, 손흥민과 순서대로 포옹한 뒤 그라운드를 밟았다. 조규성이 이번 소집을 앞두고 “몇 분이라도 뛰고 싶다”며 간절히 기다린 순간이다.
조규성(오른쪽)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A매치 복귀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성은 큰 키(188㎝)가 무기인 전형적인 타깃형 골잡이로 기존 공격수들과는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 당시 멀티골을 터뜨렸던 그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꼭 필요한 자원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조규성은 자신의 가치를 골로 입증했다.
조규성은 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문환(대전)이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되자 몸을 던지면서 왼발로 골문에 밀어 넣었다. 조규성의 골을 향한 간절함이 잘 드러났다. 조규성의 40번째 A매치에서 터진 10호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