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관련 민관 합동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2025.11.16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매일경제 김호영
삼성그룹이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 현대자동차그룹이 12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미 투자 확대 속에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완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원을 투입한다고 16일 밝혔다. 5년 단위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사업장 2단지에 ‘5라인(공장)’ 조성을 위한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착공해 2017년 가동을 시작한 평택사업장은 총 289만㎡(약 87만평)로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다. 1단지에 4개 라인이 들어섰고 2단지는 부지만 있는 상태였다. 5라인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삼성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라인 확보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비수도권 지역 투자도 확대한다. 삼성SDS는 전남에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경북 구미에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인수를 완료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의 생산라인을 광주에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의 국내 생산 거점 후보지로 울산 사업장을 고려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AI·로봇 산업 육성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그룹 투자액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아울러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을 위해 현대차·기아 1차 협력업체가 올 한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부분별 투자금액은 AI,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동화(전기차 전환),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R&D 투자 및 경상투자에는 각각 38조5000억원, 36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중심축 공장)로 삼아 지난해 218만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이날 투자 발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관련 민간 합동회의를 한 직후 나왔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 회장은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도 국내 투자와 고용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지만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도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 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대미 투자 확대로 국내 투자가 위축돼 제조업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결과”라며 “국내 생산 기반도 함께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