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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AI 시대, 대학교 선생의 고민

입력 2025.11.16 21:38

수정 2025.11.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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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등 여러 대학 중간고사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은 ‘AI의 문젯거리’로 부각했지만 사실상 이번 사건들은 이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PC를 이용한 시험에서 감독관의 눈을 피해 AI를 활용해 문제를 풀었다는 것인데, 사실상 전통적 부정행위와 다르지 않다. 미리 작성해둔 쪽지를 몰래 보거나, 금지된 계산기를 이용해 문제를 풀던 것에서 부정 수단이 그만큼 발전한 것뿐이다.

대학 사회에서 AI에 대한 본질적 걱정은 창의력과 사고력 육성이라는 교육 목적 달성에 관한 것이다. 그간 주된 학생 수행평가는 조선 시대 과거시험에서 이어지는, 암기한 바를 기억해내고 펜 하나만으로 논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학교 밖 현실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각종 정보를 취합·분석해 답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 시대부터 이미 암기력은 별 의미가 없게 됐다. AI는 암기력은 물론 논증력 또한 대체하고 있다. 이제 학생 능력은 AI를 잘 활용해 문제를 풀어내는 것으로 변화할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번득이는 명령어로 AI와 대화하며 더 독창적이고 더 논리적인 결과물을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알려주는 AI의 실수(할루시네이션)를 점검하는 일은 기초 요건이 될 것이다.

AI는 석박사 논문 작성에도 적극적으로 동원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논문은 새로운 주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AI를 많이 쓰는 대학생은 문제 해결 능력이 높다”는 식의 명제를 말한다. 연구자가 한 현상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에 관한 기존 문헌을 검토한 뒤, 새로운 명제(가설)를 도출해, 현실에서 이 주장이 맞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논문은 작성된다. 기존에 확인된 명제들(A=B, B=C)을 연결해 A=C라는 나의 주장(가설)을 연역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학문적 창의력이다.

그런데 이제 A=C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으로도 이것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찾으라고 AI에게 명령하면 된다. AI는 개별 인간은 불가능한 막대한 자료 분석으로 기존에 확인된 명제들을 찾아 “A=B, B=C, 그러므로 A=C”라는 논리를 뚝딱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관련 문헌들을 찾고 연결해 긴 글을 완성해준다.

심지어 그냥 “AI와 학습 능력에 관한, 그간 발표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가설)을 만들라”는 식으로 아예 특정 분야에 대한 새로운 주장 자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

AI는 연구자는 생각 못했던 새로운 주장을 착안해내고, 기존 명제들과 기존 문헌을 찾고 연결해 이 주장이 도출되는 논리까지 정리해줄 것이다. 연구자는 AI가 제시한 내용을 초고로 삼아 자기 생각을 더하고, AI를 계속 괴롭혀가면서 더 정교하게 논문을 완성해갈 것이다. 논문 작성 능력도 깊은 독서 및 탐구와 상관없이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에 달리게 됐다.

여전히 남는 과제가 있다. 스스로 좋은 글을 쓰지 못하면서도 AI의 글을 판단해가며 좋은 글을 완성해낼 수 있을까? AI가 작성해준 글을 그대로 낸 학생은 절대평가로 B일 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한다면 상대평가로는 D나 F도 가능하다. AI가 써준 것과 자기 생각을 버무려 새로운 관점과 표현을 만들어낸 학생은 A를 받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기존 연구자들의 훌륭한 저작들을 섭렵하며 그들과 인지적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학문적 세계관을 만들기 어렵다. 무엇이 인간에게 새롭게 필요하고 어떤 것이 새롭게 중요한지의 가치판단은 AI로는 할 수 없다.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라고 가르칠 수는 있다. 그러나 글쓰기와 깊은 독서로만 계발되는 문해력과 가치판단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자, 사진, 동영상 등 모든 표현 수단을 통해 저세상 끝까지를 한순간에 알려주는 절대 미디어, AI 앞에 선 대학교 선생의 고민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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