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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개혁, 현장 수사관 목소리 담아야

입력 2025.11.16 21:49

피해자가 여러 개의 범죄 피해를 한꺼번에 고소했다. 경찰서 담당 수사관은 일부만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는 불송치 결정했다. 피해자가 그 수사관에게 송치결정서와 불송치결정서를 달라고 했더니 아직 수사 중이라 송치결정서는 못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답답한 피해자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그 수사관이 피해자에게 전화해 “수사 중인 사건은 정보공개가 안 되니 청구를 취하하라”는 것이 아닌가. 경찰수사규칙 제97조는 송치·불송치 결정서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것을 그 수사관의 ‘의무’로 적어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일을 경찰 한 명의 실수나 불성실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아니다. 이렇게 해도 별일 없이 지나가는 허술한 구조로 인해 반복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지난 9월 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검찰제도는 법률가에 의한 수사통제 때문에 탄생했다. 수사통제는 충실한 기소를 위해 1차 수사기관의 수사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말한다. 각국의 수사통제는 주로 ‘수사지휘’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때 그 ‘수사지휘’는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경찰청과 행정안전부에 “경찰의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종합적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개혁을 하겠다면서 정작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개혁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일반 시민들은 경찰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범죄에 대한 대응’이다. 범인을 잡고 수사를 하는 일 말이다. 그러나 13만명이 넘는 경찰 가운데 실제로 수사 업무를 맡는 인력은 2만5000명 정도로 전체의 20%도 되지 않는다. 수사 부서는 인기도 없다. 박봉 속 교대근무로 많은 사건을 처리하는데, 사건 관계자들에게 민원도 많이 겪으며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경찰대 출신이나 간부들은 승진이 쉽고 권력과 가까운 기획이나 정보 부서를 선호한다.

수사 부서의 유일한 희망은 승진인데, ‘사건을 얼마나 많이 처리했느냐’가 거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사건을 얼마나 깊고 충실하게 처리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 빨리 불송치를 하는 것이 승진에는 유리하다. 경찰에는 검찰에 있는 ‘시효도과 징계’조차 없다. 사건 처리가 늦어 공소시효를 넘겨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대부분의 민생 사건이 경찰로 몰리면서 업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다. 부담이 커지자, 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까지 현장을 떠났고, 그 공백은 고스란히 일선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력 이탈은 지역별 편차를 더 심하게 하고, 자치경찰제 시행 전부터 지적된 지역 불균형 문제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렇다 보니 힘없는 서민들의 사건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경찰은 이미 처리할 사건이 많기에 어떻게든 새 사건을 받지 않으려 하고, 받은 사건은 최대한 빨리 떨어내려 한다. 사건 관계자는 법령에 근거하여 요청해도 진상 민원인 취급을 받는다. 최근에는 내 사건 먼저 봐달라는 이른바 ‘급행료’라는 뇌물이 암암리에 돈다는 소문까지 들릴 정도다.

진짜 경찰개혁은 현장의 디테일을 바로잡는 일이다. 처리 건수만 세는 구조가 아니라, 깊이 있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수사 부서가 ‘고생만 하는 곳’이 아니라 ‘보람 있고 대우받는 곳’이 된다. 범죄 대응을 위해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수사통제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구조이지만, 지난 몇년간 형사사법체계를 파워게임으로 다루며 수사 경찰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제도는 더 퇴보해왔다. 현장에서 일하는 수사관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경찰개혁은 시민에게 도달한다. 시민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개혁은 개혁이 될 수 없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변호사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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