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국가정보원법상 정치중립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구속적부심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 전 원장은 구속이 유지된 상태로 내란 특별검사팀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영민 영장당직판사는 지난 16일 오후 3시부터 조 전 원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를 진행한 뒤, 17일 새벽 조 전 원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이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 적법한지 따지는 절차로, 심사 결과 법원이 석방 결정을 내리면 앞서 발부된 구속영장 효력은 사라진다. 지난 12일 정치 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된 조 전 원장은 지난 14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특검 측은 심사에 장우성 특검보와 국원 부장검사 외 검사 4명을 투입했다. 특검 측은 법원에 제출한 135쪽 분량의 의견서 등을 토대로 조 전 원장의 구속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원장 측은 최기식 변호사 등이 심사에 참여했다. 조 전 원장 측은 직무유기 혐의 등을 부인하며 범죄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검이 관련 증거를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심사 전 취재진에 “계엄 당일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으로부터 (체포조 지시와 관련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조 전 원장은 영장심사에서도 이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선포 뒤 홍 전 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아 국정원장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홍 전 차장의 법정 증언을 흠집 내려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 우선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조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