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식 속도경쟁 이젠 멈춰야
주간배송 전환 땐 일자리 유지”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오른쪽)과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최근 ‘새벽배송 폐지’ 논란의 중심에 선 택배노조가 ‘새벽배송이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노조는 “과로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쿠팡이 답해야 한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주장을 한 바 없다”며 “지속 가능한 새벽배송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과로사 방지 대책을 포함한 새로운 새벽배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벽배송이 필요한 품목을 별도로 정해 건강에 위협이 되는 야간노동을 축소해 나가자고 했다.
당초 ‘새벽배송 폐지’로 와전된 노조의 주장은 0~5시 초심야시간 배송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사망한 쿠팡 노동자는 25명, 이 중 과로사로 인정되거나 추정되는 인원이 17명이다. 2022년 쿠팡 본사의 산업재해율은 5.92%로, 국내 전체 산재율(0.65%)의 9배 이상이었다.
노조는 심야시간 배송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새벽배송 폐지가 아니냐는 의문과 관련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야간노동을 축소하고, 조기 출근조(주간1조)와 오후 출근조(주간2조)를 나눠 일자리를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럴 경우 새벽배송 물량 소화가 가능하냐는 지적에는 “새벽배송에 필수적인 품목을 정하고 굳이 새벽에 배송하지 않아도 되는 품목은 주간배송으로 전환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일본처럼 급하지 않은 배송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벽배송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야간배송을 최소화하고 새벽배송 기사들이 주간에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과거 지자체 환경미화원,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임금은 유지한 채 주간근무로 전환했던 선례를 제시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선 다른 택배사와 달리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는데, 하루 평균 2.6시간을 이 작업에 쓰고 있다. 또 CLS 택배노동자들은 다회전 배송을 해야 하고 배송 마감시간이 있으며 택배보관가방 회수·반납도 해야 한다. 쿠팡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의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제도도 존재한다. 쿠팡은 국회 청문회 등에서 개선을 약속했지만 아직 지키지 않았다.
노조는 “과로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쿠팡이 답해야 한다”며 “쿠팡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택배노동자의 과로 문제에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과로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고, 택배노동자들에겐 “노조가 제시한 과로사 방지대책을 살펴보고, 사회적 합의 타결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