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부총리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총리 한덕수 재판에 지난 17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한덕수에게 뼈 때리는 증언을 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한덕수가 윤석열에게 반대 의사를 표시한 걸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있는 동안에 그런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실에 모여 있던 국무위원들에게 자신이 했던 말도 공개했다. “‘어떻게 된 거냐. 누가 알았냐. 왜 여기 앉아 계시냐.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만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나눈 대화나 이들의 언행에 관해서도 증언했다. 윤석열 앞에서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다시 생각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도 했다. 매우 비상한 기억력이다.
이날 재판에선 그날 밤 최 전 부총리가 윤석열로부터 받은 ‘계엄 문건’의 원본이 처음 공개됐다. ‘비상입법기구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내용의 기획재정부 장관용 행동 지침이다.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그가 윤석열로부터 이 문건을 받아 읽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그동안 신원미상 인물로부터, 가로로 3번 접혀 있는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뒤 계엄 해제 뒤 기재부 차관보에게 전달했다고 국회 등에서 증언했다.
최 전 부총리는 이 문건 관련 사항엔 철저히 오리발을 내밀었다. ‘법대 출신인데 문건의 의미를 모르냐’고 재판부 핀잔까지 들었지만, 이제는 문건을 현장에서 읽은 기억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비상계엄 자체가 초현실적 상황이어서 파편적인 기억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불리한 건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떠올리지 않는 ‘선택적 기억’이다. 해당 문건에 형광펜 표시가 있었지만 그는 “받을 때부터 칠해져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당시에) 안경을 안 썼기 때문에 문건 글씨를 보려면 굉장히 애써서 봐야 보이는 상황이었다”고도 했다. 종이만 봤지 글씨는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구차하기 그지없고, 아이들이 배울까 무섭다. 그가 기억 못하고 부인해도 국민은 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그가 가련하다.
최상목 전 부총리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총리 한덕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일 상황 등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