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지난 15일 국가유산청에 외교문서를 보내 종묘 앞 세운4구역 건물을 145m까지 높일 수 있게 한 서울시 재개발계획 승인 중단 등 ‘강력 조치’를 요구했다. 세계문화유산 종묘 경관 훼손 우려에도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배제하고 개발을 강행하려는 서울시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다. 애초 종묘 앞 재개발은 문화재 보존과 사유재산권 사이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중요했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초고층 개발 계획을 일단 접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친 후 명분 있는 서울 도심 재개발에 나서야 한다.
유네스코는 외교문서에서 재차 ‘고층건물에 의한 세계유산 종묘 훼손 우려’를 표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권고했다. 그저 권고가 아닌 사실상 요구라고 봐야 한다. 서울시가 계속 무시한다면 세계유산 지정 취소 같은 최악 상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종묘의 지정이 취소된다면 문화강국 한국과 서울의 국제적 평판이 하락하고 국민적 자부심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서울시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17일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압박한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고층건물이 종묘의 유산적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국제적 공신력을 가진 기관의 평가를 받자는 게 왜 압박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개발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은 18일 세운구역 재개발이 남산부터 종묘까지 서울광장 8배의 녹지축 확보를 위한 사업이고, 경제성 담보를 위해선 건물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종묘가 서울 도심 개발의 ‘걸림돌’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종묘 문제를 푸는 핵심은 결국 세계적인 문화재 보존과 도심 개발 논리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서울시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때마침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재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서울시에 협의를 요청했고, 오 시장도 “어느 정도 (건물 높이를) 낮출지 열려 있다”고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협의 출발점이 서울시가 고층빌딩 계획을 일단 중지하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오 시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부한다. 2~3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간 개발 참여 주민들의 이자비용이 크게 는다는 이유다. 문화재는 한번 가치가 훼손되면 되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안일하고 근시안적이다. 무엇보다 종묘는 일부 지역민의 것도, 서울 시민만의 것도 아닌 국민 전체의 자산이다. 서울시와 오 시장은 이를 분명히 자각하고 전향적 자세로 정부와 협의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