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백서’ 내 10여쪽이 전부
“법에 형식 규정 없어…재량대로”
보건복지부가 법에 따라 5년마다 발간해야 하는 ‘정신질환자 인권백서’를 한 번도 만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매년 발간하는 ‘보건복지백서’에 관련 내용을 10여쪽 싣는 것으로 대신했다.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은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복지 증진 추진사항에 관한 백서를 발간하여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2017년 법 개정 때 신설됐다. 18일 경향신문 취재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법 시행 이후 올해까지 별도로 정신질환자 인권백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매년 발간하는 보건복지백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으므로 법적 의무를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백서는 한 해 동안 복지부가 추진한 정책과 성과 등을 담은 정기 간행물로 한 권 분량이 800~1000쪽에 이른다. 복지부는 이 가운데 ‘정신건강’을 다룬 10~20쪽 정도가 ‘백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에서 백서의 구체적인 형식을 정해 놓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발간할지는 재량”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백서의 ‘정신건강’ 부분은 정신질환자 인권백서 발간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다. 2014년 보건복지백서를 보면 ‘제3절 정신건강’의 ‘정신질환 인식 개선 및 권익증진’ 항목 아래 정신질환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활동 등이 서술돼 있다. 지난해 발간된 보건복지백서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반복됐다. 10년 전 발행된 내용을 조금 보완한 뒤 ‘인권백서’라고 부르는 셈이다. 서 의원은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인프라와 인권정책이 정부 안에서 얼마나 후순위로 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