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 세법 개정안 심의에서 상속세 인하가 추진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백지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강화 철회, 배당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에 이어 또 하나의 ‘부자감세’ 방안이다. 야당 때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를 비판한 민주당과 정부의 내로남불 세정이 끝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8일 소위원회에서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상속세 완화는 지난 7월 정부 세제개편안에 없던 내용이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집주인 사망 시 상속세로 배우자가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공제 확대를 지시한 후 급물살을 탔다. 여당 내에서는 현행 일괄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5억원을 각각 8억원·1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이 유력시 된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와 자녀 2명이 18억원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을 경우 자녀들이 내야 했던 상속세 990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19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 공제 확대에 대해 “국회에서 이런저런 논의가 있고 우리도(정부도) 꼭 닫힌 생각은 아니다”라며 전향적 자세를 취했다.
1996년 만들어져 그간 자산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못한 상속세 공제액을 현실화시켜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유산을 수십억원이나 받으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건 조세정의 차원에서 과도하다.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상속세가 부담스러우니 깎아주겠다는 건 부동산 정책의 앞뒤가 바뀐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쥐꼬리만 한 예금 이자에도 세금을 내는 서민들에겐 상속세는 ‘그림의 떡’이다. 상속세를 내는 인구는 6.8%(2023년 기준)에 불과한데도 불로소득에 세금을 줄여주려고 하니 정부가 나서서 양극화를 부추기겠다는 건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로 ‘텅 빈 곳간’을 물려받은 이재명 정부다. 여당 구상대로 상속세를 완화하면 5년간 3조원 넘게 세수가 줄어든다. 이러니 다주택자가 절반에 가깝고, 서울 보유 주택의 42%가 강남 3구에 집중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의 ‘셀프 감세’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 아닌가. 정부는 자산 양극화를 넘어 부의 불평등 세습을 막아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바로 세우고 무너진 세수 기반을 확대해야 할 때다. 정부·여당은 저성장과 고물가·고환율에 미래가 암울한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부자감세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열린 2025년도 기획재정부 조세 분야 국정감사에서 상속세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