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비상계엄과 내란 행위에 가담한 공직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국민을 배신한 공직자는 솎아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뜬금없다. TF는 김민석 총리가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 기관 및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직자를 상대로 내란 가담자를 조사한다. TF 활동 기한은 내년 1월 말까지다. 12·3 비상계엄 직전 6개월부터 직후 4개월까지 10개월간 불법계엄 모의·실행·정당화·은폐 행위를 한 공직자를 가려낸다.
TF 취지는 이해한다. 무엇보다 김 총리로선 자신이 직접 관장하는 총리실 직원들의 과거 행태를 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전직 총리 한덕수는 윤석열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총리실 공직자 다수가 한덕수 수족 역할을 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총리실 공직자가 있다.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인사였는데 한덕수의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옳은 결정이라고 강변했다. 기획재정부에도 의심스러운 공직자들이 있다. 최상목 전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때 기재부는 대통령실 역할을 했다. 기재부의 한 인사는 국회의 감액 예산안 처리가 비상계엄을 유도했다는 윤석열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들 인사는 투서 한 방이면 TF 조사 대상이다. 윤석열과 한덕수의 내란을 정당화하고 옹호하지 않았느냐고 들이대면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총리실 공직자는 한덕수에게 쓴소리와 직언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기재부 공직자는 위급한 경제 상황과 민생 현안 챙기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다고 한다. 이들의 진짜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공직자로서 고뇌와 갈등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윤석열과 한덕수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당시엔 합법적인 권력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인수위 없이 출범했지만 국정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대대적으로 공직 사정 작업을 벌이겠다고 하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TF는 TF대로 굴리고, 일은 일대로 하면 된다지만 과연 양립할 수 있을까. 실장이 흔들리면 국·과장이 흔들리고, 새내기 사무관까지 흔들리는 게 공직사회다. 공직자들이 소명해서 오해를 풀면 된다고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다. ‘내가 도둑질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만큼 어렵고 비참한 일이 없다. 수사권도 없고 명확한 법적 기준도 없는데 TF가 적극 가담자와 단순 협조자를 어떻게 가릴지도 의문이다. 조사 과정에서 PC와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인권침해다. 이런 식으로 조사해 징계하면 당사자가 승복하기 어렵고, 소송에서 뒤집힐 게 뻔하다.
TF는 실용주의 기치를 내건 이재명 정부 철학과도 어긋난다. TF를 띄울 거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왜 유임시켰는가. 송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농망법’이라 부르며 철저히 윤석열에 코드를 맞춘 인물이다.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농업 정책을 ‘내란 농정’이라 불렀다. 송 장관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나 윤석열의 내란을 막지 못했다. 중대한 흠결이어서 장관은커녕 일반 하급직에도 결격이다.
비상계엄과 내란 과정에서 공직자가 뭘 했는지는 동료와 부하들이 제일 잘 안다. 평판 조회를 하면 내란 세력과 한 몸이었는지, 동조하는 척만 했는지, 직을 걸고 저항했는지 등이 다 나온다. 굳이 TF를 가동하지 않고도 장관과 기관장이 인사권을 행사해 벌을 내리고 상을 주면 된다. 군과 경찰에서 내란에 동조했던 인물들이 승진 대상으로 분류된 게 문제라면 인사 재검증을 통해 바로잡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제복 입은 시민’이 부당한 지시에 부화뇌동하지 않도록 헌법과 민주주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다.
윤석열 정권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공직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검찰과 감사원을 앞세워 전임 정부에서 주요 정책을 담당한 공직자들을 탄압했다. 공직자들엔 청렴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는 명품가방을 받아 챙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공직자만큼 실력 있는 인재도 없다.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헌신하며 신나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김 총리는 “절제의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했지만, TF는 지금이라도 접는 게 낫다.
오창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