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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 늑장 유죄, ‘동물국회’ 경종 울렸다

입력 2025.11.20 18:10

수정 2025.11.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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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1심에서 무더기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20일 나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 2000만원,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벌금 4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벌금 총 1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이,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는다. 나 의원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되 의원직은 유지하는 형량이 나왔다.

나 의원 등은 2019년 4월 공수처 신설 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하고 국회 의안과 사무실 등을 점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나 의원은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였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의 활동을 저지했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20대 국회는 최악의 ‘동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의원회관 사무실에 감금된 채 의원이 창문을 열고 하소연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전 국민이 목격자요, 채증 자료도 차고 넘치니 법원으로선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피고인·증인이 많다고는 하지만, 복잡할 것도 없는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데 사건 발생 후 6년7개월, 이들이 기소되고 5년10개월이나 걸렸다. 재판부는 의원직 상실형을 내리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의 총선과 지선을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을 들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와 반대로 이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국민들이 선거 때 참고하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때 “나경원 후보가 내게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크게 문제 삼고 있는데, 나 의원은 아예 검찰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이날 선고 뒤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고 했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식 궤변이다. ‘동물국회’에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은 국회선진화법의 엄중함과 정치 실종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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