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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동종선호

입력 2025.11.20 19:55

수정 2025.11.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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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방부가 군 중장을 대상으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중장 33명 중 20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진급 및 보직 인사다. 일반적으로 중장 진급자가 연간 5~10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그 규모 면에서 지난 10년 내 최대라 한다. 규모도 놀라운데 실제 내용은 더 파격적이다. 육군참모총장, 특수전사령관 등 핵심 요직에 육사 출신이 아닌 학군 및 학사사관 출신 장성이 발탁되었다. 이번 인사로 군 내부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보도가 잇달았다. 이러한 평가에는 군 조직문화가 획일적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 결정적인 근거는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비상계엄에 군 수뇌부가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부당한 명령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핵심 요직을 차지한 장군이 대부분 같은 학교 출신이라 그런 거 아닌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지난해 12·3 내란을 일으킨 자들의 출신을 보면 더욱 강해진다.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과 이에 복무한 국무위원들의 출신 대학이 가관이다. 서울대 법학과가 압도적으로 다수이며, 서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정치학과도 이에 못지않다. 실제로 무력을 동원한 군인들도 하나같이 육사 출신이다. 계엄에 동조한 경찰 수뇌부도 모두 경찰대를 나왔다. 엘리트를 자부하는 집단이 모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쿠데타에 가담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동양의 고사성어에서도 유유상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학문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면 사태는 달라 보인다. 유사성을 사랑하는 현상을 ‘동종선호’(homophily)라 이름 붙인 사회학자 라자스펠트와 머튼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먼저 ‘지위 동종선호’는 사회를 계층화하는 인종, 에스니시티, 젠더, 나이와 같은 ‘귀속 특성’과 종교, 교육, 직업, 행동 패턴과 같은 ‘획득 특성’을 포함한다. 다음 ‘가치 동종선호’는 가치, 태도, 신념이라는 내적 상태가 유사함을 말한다.

라자스펠트와 머튼은 지위 동종선호에서 시작해 가치 동종선호로 넘어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귀속 특성이든 획득 특성이든 비슷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끼리 빈번하게 상호작용하다 보면 가치 동종선호라는 내적 상태에 이른다. 더 나아가 이러한 내적 상태가 마치 지위 자체에서 오는 본질적 속성인 것처럼 여겨진다. 예를 들어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끼리 빈번하게 상호작용하다 보면 내면에 같은 가치를 공유한 동종선호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가치 동종선호가 마치 출신 대학 그 자체에서 나온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 본질로 물신화된 학벌은 주술적인 힘을 발휘한다.

12·3 내란에서 보듯 동종선호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 동질의 구성원들끼리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니 주고받는 정보가 한정되고 중첩된다. 다른 정보를 배제하고 이러한 정보에 의지해 세상을 해석하다 보니 자기들만의 증강현실이 전부로 여겨진다. 자기들만이 특별한 존재라 여기는 극단적인 엘리트주의가 전 사회적 연대에 위협을 가한다. 시민의 눈에는 너무나 명확한 내란이 왜 법정에서는 지지부진한 논쟁거리가 되는가? 내란 합법화의 의심을 받는 대법원장은 물론 내란 수괴 재판을 맡은 판사도 지위 동종선호가 가치 동종선호로 변질된 사례로 의심된다. 동종선호에 갇힌 전문직종이 타자와 빈번하게 만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타자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타자의 관점에서 조절하라는 초월에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초월의 체험은 동종선호를 넘어서는 시발점이 된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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