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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어제부터 학교 급식·돌봄노동자들이 릴레이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점선면은 학교 비정규직 파업의 원인과 맥락을 여러 각도로 짚어보겠습니다.

학교 급식·돌봄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어제부터 4일 동안 릴레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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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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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파업’에 쏟아지는 비난 보며…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입력 2025.11.21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한 급식노동자가 급식을 만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 급식노동자가 급식을 만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어제(20일)부터 학교 급식·돌봄노동자들이 릴레이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유독 거센 비판을 듣죠. ‘아이들의 건강권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난도 매번 나오고요. 그런데, 그렇게만 볼 일일까요? 오늘 점선면은 학교 비정규직 파업의 원인과 맥락을 여러 각도로 짚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저임금·차별에 ‘릴레이 파업’

학교 급식·돌봄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어제부터 4일 동안 릴레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파업입니다. 학비연대는 저임금 문제 해결과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며 교육당국과 교섭을 진행해 왔는데, 교육당국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불가피하게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파업은 권역별로 하루씩 진행됩니다. 어제는 서울·인천·강원·충북·세종 노동자들이 파업했고, 오늘은 광주·전남·전북·제주 노동자들이 파업합니다. 12월까지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4일에는 경기·대전·충남에서, 5일에는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에서 파업이 진행됩니다. 교육당국은 파업에 대비해 빵·우유 등 대체식과 대체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교육계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과 정당·노동·시민사회단체 125곳은 연대 성명을 내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책임지는 노동이 존중받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전국 최대 교원단체이자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교는 한순간도 멈춰서는 안 되는 필수 공공재”라며 파업을 규탄했습니다. 교총은 학교 급식·돌봄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하도록 하는 ‘학교파업피해방지법’을 통과시키라고도 촉구했습니다.

선(맥락들): 학교라는 신분사회

학교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급식노동자들은 무거운 식자재를 쉴 새 없이 나르고, 뜨거운 불 앞에서 대용량 요리를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악명 높은 위험 요소는 기름을 가열할 때 나오는 매연인 ‘조리흄’입니다. 조리흄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A군 발암물질인데요. 현재까지 폐암 산재를 인정받은 급식노동자는 175명이며, 확인된 사망자만 15명에 달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 때마다 ‘학생의 건강을 볼모로 잡지 말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작 급식노동자들이야말로 학교에 생명을 볼모로 잡혀 있는 셈입니다.

위험한 일을 하는데 처우는 박합니다. 조리사와 조리·교무·행정실무사 등이 포함된 ‘교육공무직 2유형’의 기본급은 올해 월 206만6000원으로, 월 최저임금 209만6270원보다 3만270원 낮습니다. 폐암 위험에 늘 노출되는데 위험수당은 5만원뿐입니다. 복리후생수당도 정규직과 다른 기준으로 차별을 받고, 정규직 교사들과 달리 방학이면 임금이 끊기죠. 돌봄교실 등을 담당하는 돌봄노동자들은 쪼개기·초단시간 계약 등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요? ‘배움의 장’이어야 할 학교가 사실은 어느 곳보다 철저한 ‘신분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당국은 필요에 따라 채용·해고를 할 수 있는 교육공무직을 늘려 왔습니다. 무기계약직·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교육공무직은 현재 약 18만명으로, 초·중·고 교원 45만명의 40%에 달합니다. 교육공무직 직종도 스포츠강사, 돌봄전담사, 배식실무사 등으로 계속 늘어나 현재 80여개나 되고요.

이렇다 보니 학교 비정규직들의 처우 논의는 늘 정규직 교사·교직원의 뒷전으로 밀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가장 처음 맺은 정책협약도 ‘학교 비정규직 저임금 해결 및 학교급식종합대책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관련 예산이나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면(관점들): 무엇이 ‘교육적’인가

파업에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겹치면서, 학교 비정규직 파업은 유독 따가운 눈총을 맞아 왔습니다. 그러나 파업권은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 할 정당한 노동권입니다. 게다가 파업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도 만만찮은 부담을 주는 일입니다. 파업이 일어나면 ‘파업의 피해’보다 노동자들의 처우나 노사 타협 과정 등 ‘파업의 이유’를 더 주의깊게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교육 주체들이 파업을 무작정 폄훼하는 태도가 ‘교육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전에서 8년 동안 학교장을 지내다 지난해 퇴직한 김동춘씨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교육적이지 않다”며 “학생 중에 누군가는 일하는 사람이 되고, 누군가는 관리자가 될 텐데 이런 상황을 보고 자란다면 노사 타협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와 차별을 방치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일부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시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학교에서 처음 사회를 만나는 어린 시민들에게 ‘이 세상은 사람을 마음껏 차별하고 노동을 천대해도 되는 곳이야’라는 메시지를 가르치는 게 좋은 교육일 리는 없겠죠. 지난 4월 대전 급식 파업 때 둔산여고의 한 학생이 쓴 대자보 내용을 빌려 오늘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누려왔던 ‘정상적인 급식’이 과연 정상적인 노동환경에서 나온 결과였을까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불편은 누군가의 과로와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부끄러운 건, 이틀간의 파업과 진행 중인 쟁의가 아니라 그 앞에서 우리가 보인 냉소와 조롱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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