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개혁하자면서 실은 언론보도를 둘러싼 사법적 쟁송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시민의 활발한 정치적 토론을 억압하는 쪽으로 악용될 것이 뻔한 법을 만들고 있다. 이를 다름 아닌 내란을 극복하면서 여당이 된 쪽에서 제안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약 이런 법이 우리나라에 있었더라면 ‘뉴스타파’와 같은 탐사보도는 이미 망했고 ‘조선일보’든 MBC든 과거 정권을 비판했던 언론사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고도 불린다. 법안 이름부터가 불가능한 목표를 담고 있어 용맹스럽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그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해보겠다는 제도적 장치가 허술하면서도 억압적이어서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그 법을 악용해 민주정을 악화할 것만 같다는 데 있다.
민주정은 누구라도 자기 주장이 허위, 조작, 악의, 해악이라는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이 권리를 보장해야 시민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투표함으로써 정당한 방식으로 권력 구성에 동참할 수 있다. 문제의 근절법은 이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 정파적으로 동기화된 시민이 그 법을 악용해 반대 정파의 발언을 틀어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장동이나 도이치모터스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보다 복잡하지 않은 다른 정치적 사안을 예로 들더라도 마찬가지다. 정파적으로 동기화된 시민은 누구라도 자신과 정견이 다른 시민의 발언 중에서 사실이 아닌 부분을 찾아내 허위라고 신고할 수 있게 된다. 허위사실의 유통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호소할 수 있다. 이렇게 신고하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인터넷을 통해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였는지, 그리고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쟁송에 빠지게 된다. 특히 문제의 근절법에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는 항목이 있기에, 일단 그런 추정에 따라 해악을 범했다고 함부로 추정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만 한다.
언론이 사실만 보도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타인을 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 않도록 평소에 잘하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언론보도 중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믿을 만한 구절을 찾아내는 일이 과연 얼마나 어려울까. 그런 허위보도 때문에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고통받았다고 진정으로 호소하는 일은 또 얼마나 드물까. 특히 음모론에 빠져 대안적 사실을 굳게 믿고, 그런 믿음으로 인해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규제기관에 신고해야 마땅하다고 보는 허위조작정보는 얼마나 적을까.
우리 정보통신망법은 이미 온갖 촘촘한 내용규제 조항들을 갖추고 있다. 명예훼손, 불법정보 유통 금지,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위반 금지 등 조항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실에 대한 진실한 내용도 인터넷으로 유통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우리는 또한 정치적 남용과 악용에 취약한 인터넷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결정을 둘러싼 정치적 대소동을 기억하는 자라면 누구나 이런 제도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혼란을 더하는 게 이번에 나온 근절법이다.
근절법이 고약한 이유는 그 선의 때문이다. 규제 제도를 갖추기만 하면 입법자의 의도대로 작동하리라는 그 순진한 의도가 안타깝다. 시민은 제도를 활용하기 마련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동기화되고, 복수심이 강한 정파적 시민은 허술하고 억압적인 제도를 활용해 타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예정된 남용과 악용을 뻔히 보면서도 선의와 의욕만 내세워서 어쩌자는 건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