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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쁜 결과도 가능했다

입력 2025.11.23 21:35

수정 2025.11.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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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시트’ 통해 한국이 주목할 점

글로벌 원자력 산업서 입지 강화

대만 문제 언급은 ‘부담’ 될 수도

한·미 군사동맹 넘어 복지 증진을

이제 충분한 시간이 지난 만큼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평가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지난 10월29일 마지막 방문지였던 한국을 떠났지만,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는 11월13일이 되어서야 발표되었다.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결과가 더 나쁠 수도 있었다”는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순방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의 몇 가지 특징이 여전히 동맹국들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음을 드러냈다.

긍정적인 면부터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모두 동맹국들에 기존의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문 구절 중 하나인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단독 행동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그 예다. 공동 팩트시트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다시 강조했고, 일부 한국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핵우산 제공도 재확인했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공약 재확인, 그리고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북한과의 대화 복귀 목표 등 비교적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다. 다소 놀라운 내용으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와 관련된 언급,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기존 협정을 수정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전자의 경우, 호주와의 협력을 통해 배우고 있듯 비용이 많이 드는 길이라고 보지만, 후자는 한국이 글로벌 원자력 산업에서 역할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측면에서, 공동 팩트시트는 내가 ‘아메리카 리스크’라고 부르는 문제를 드러낸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가 기존 합의를 개인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뒤엎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사실상 어떤 것도 확정적이지 않고, 모든 것이 다시 열릴 수 있는 구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 이미 이를 재협상했지만, 그 합의는 사실상 폐기되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새로운 규칙 아래 재정의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말하는 상호주의 관세인데, 그의 오웰적 언어와 달리 실제로는 전혀 상호적이지 않다. 한국은 미국산 제품 관세를 사실상 0%로 낮춰왔는데,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15%의 일률 관세를 부과한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다루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도 마찬가지다. 이 협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2026~2030년을 범위로 이미 합의된 것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33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모호한 기준의 새 합의로 대체된 것처럼 보인다. 이 중 250억달러가 미국산 무기 구매에 해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협정에서 정한 분담금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둘째로, 공동 팩트시트는 외교정책에서 교차압력(cross-pressure)을 낳을 사안에 대해 한·미 양국의 입장을 일치시키려 한다. 한국은 해상 물류 의존도가 높기에 대만해협의 안정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중(對中) 관계 관리에 부담을 주며, 한국의 안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 대해 좌우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미국이 기존 합의의 조건을 계속 바꾸었고, 이에 따라 한국 협상팀이 그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 분야 합의문 중 일부 문구는 매우 합리적이며 한국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동 팩트시트는 “한국은 외환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투자를 강요받을 수 없다”고 명시한다. 여기에 내가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한국 정부와 기업은 합리적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하는 투자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것은 향후 이재명 정부에 중요한 시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결과에서 한 가지 희망적인 요소를 찾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동맹의 군사적 요소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이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은 단순한 군사동맹이 아니라, 양국과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목적을 둔 폭넓은 정치적 합의다. 조선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들, 교육·연구 분야 등에서 양측의 역량을 실제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동맹의 가치가 재확인될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남은 협상의 실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스테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

스테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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