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생성형AI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2주 넘게 진행된 조정장에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과 개인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내 증시에서 대거 ‘팔자’에 나선 반면 개인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하는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조정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5.77% 하락한 9만4800원에 마감해 지난달 14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가 ‘9만5천전자’를 밑돌았고, SK하이닉스는 8.76% 하락한 52만1000원으로 지난달 28일 이후 최저종가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주가는 모두 지난달 말 실적발표 이전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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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 중심엔 외국인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229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지난 2021년 2월26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2조8174억원)를 뛰어넘는 일일 역대 최대 코스피 순매도액이다. 이날 순매도액의 약 80%는 삼성전자(7980억원)와 SK하이닉스(1조4600억원) 두 종목에 집중됐다.
11월 한달간을 보면 외국인 매도세는 더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이달 코스피에서만 12조2500억원 순매도하며 코로나19 충격이 닥친 지난 2020년 3월 기록한 외국인 역대 월간 최대 순매도(12조5500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SK하이닉스(7조8370억원)와 삼성전자(2조1150억원)를 합해 9조9520억원 ‘팔자’에 나서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탈하는 흐름을 보였다.
‘AI대장주’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리사 쿡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사가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AI거품론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를 자극하고 있다.
공포심리가 확산되면서 코스피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동학개미는 반대로 ‘역대급 빚투’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6조847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가 지난 4일 ‘4200피’를 넘기며 고점을 기록한 이후 21일까지 8.73% 하락했지만, 신용잔고는 오히려 1조3353억원(20일 기준) 불어나며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빚투’ 증가분의 절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몫이었다.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1조2279억원으로 같은 기간 3931억원 증가했고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1조3927억원으로 3845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8%, 5% 급락했던 지난 14일에도 신용잔고가 679억원, 393억원 늘어났다. 급락세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지난 한주간 개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도 코스피200 상승에 두배를 베팅하는 KODEX레버리지(1546억원)였다. 반도체주와 코스피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투매는 일단락됐지만 언제든 반도체 실적 증가 추이가 꺾일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AI투자 기업의 자본지출이 위축될 경우 메모리반도체까지 연쇄적인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우려 해소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당분간 변동성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