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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대통령이 묻어버리려 한 사건.

윤석열 정권의 도덕적 타락을 세상에 드러낸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이죠.

이종섭 전 장관은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자신의 직속인 국방부조사본부로 이관시킨 뒤, 8월24일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한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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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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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정의보다···‘윤석열 격노’를 더 두려워한 사람들

입력 2025.11.25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채 상병의 전역일인 지난해 9월26일 대전국립현충원 채 상병 묘소에 대대장이 놓은 전역모가 놓여 있다. 문재원 기자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채 상병의 전역일인 지난해 9월26일 대전국립현충원 채 상병 묘소에 대대장이 놓은 전역모가 놓여 있다. 문재원 기자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대통령이 묻어버리려 한 사건. 윤석열 정권의 도덕적 타락을 세상에 드러낸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이죠. 이재명 정부에서 출범해 이 의혹을 들여다본 ‘채 상병 특검’이 이번 주에 수사를 마무리합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중 가장 먼저 결론이 나오는데요. 오늘 점선면은 채 상병 특검이 밝혀낸 사건의 전말을 한눈에 정리해봤습니다.

점(사실들): 억울한 죽음

채모 상병(사망 당시 일병)은 2023년 7월19일, 수해로 물이 불어난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해병대수사단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등이 병사들에게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업을 지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대령은 같은 해 7월28일 임 전 사단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겠다고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과 이종호 전 해군참모총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박 대령의 보고를 결재했고요. 여기까진 법대로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선(맥락들): VIP의 ‘격노’와 ‘보복’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은 7월31일부터 본격적인 외압이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날 오전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냐”며 격노하고, 이종섭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곧바로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혐의자를 적시하지 말라는 등의 지시도 내립니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같은 날 박정훈 대령에게 연락해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정훈 대령은 유재은 전 관리관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1시간 뒤 김계환 전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며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 관련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박 대령은 국방부의 의견대로 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김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습니다.

다음날인 8월1일에도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유재은 전 관리관의 압박이 이어졌지만, 박정훈 대령은 8월2일 수사기록을 경찰에 넘겼습니다. 그러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경찰로 넘어간 기록을 회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방부는 박 대령을 보직해임하고 경북경찰청으로부터 기록을 다시 넘겨받았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자신의 직속인 국방부조사본부로 이관시킨 뒤, 8월24일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한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넘겼습니다.

법대로 절차를 진행하려던 박정훈 대령은 항명죄로 국방부검찰단의 수사를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검찰단이 박 대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2번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국방부검찰단은 박 대령을 재판에 넘겼지만, 지난 7월 무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보직해임 후 재판에 불려다니며 고초를 겪은 박 전 대령은 무죄판결 후 국방부조사본부 차장 직무대리에 임명됐습니다.

특검은 지난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장관, 김계환 전 사령관, 유재은 전 관리관 등 1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지난 10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됐고요. 특검은 “피고인들은 조직적으로 실행 행위를 분담해 범죄를 저질렀고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한 수사단에게 국방부가 조직적 보복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라고 했습니다.

면(관점들): 진상 규명은 이제 첫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임성근 전 사단장을 봐주려 했을까요? 유력한 추측은 윤 전 대통령과 임 전 사단장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라는 겁니다. 2022년 여름 윤 전 대통령은 수도권 폭우 대응 실패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요. 임 전 사단장이 태풍 힌남노로 수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일대에서 장갑차를 동원한 인명구조 작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선을 돌렸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고마웠는지 직접 임 전 사단장을 만나 격려했고요.

인연의 고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친분이 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게 되자 이 전 대표 등을 통해 ‘윗선’에 자신을 혐의자에서 빼 달라는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습니다. 이 의혹은 지금 특검 공소장에 빠져 있는데, 특검은 남은 수사 기간 동안 이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면 재판 등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에 오른 이종섭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그를 급하게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이른바 ‘런종섭 의혹’도 규명돼야 합니다. 특검은 조사를 마친 뒤 윤 전 대통령 등을 범인도피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할 예정입니다. 특검은 공수처가 이 사건 수사를 지연·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진상 규명은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섰을 뿐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주요 관련자 5명의 영장이 기각되고, 윤석열을 제외한 피고인 11명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특검은 공소 유지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분명하게 가려지고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 이어져야 하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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