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와 정답 모두 출제 오류가 없다고 발표했다. 문제를 푸는 데에 기술적 오류는 없었지만, 대학 교수들이 이의를 제기할 만큼 난해한 지문이 등장하는 것이 수능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원은 25일 수능 정답을 확정하고 “심사 대상 51개 문항 모두에 대해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이의제기가 가장 많았던 영어 영역 24번 문항과 전공 교수들이 출제 오류를 주장한 국어 영역 3번, 17번 문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
평가원은 국어 17번 문항에 대해 “지문에 따르면 ‘생각하는 나’인 영혼은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서 ‘통시적으로 동일한 인격’에 해당한다”며 “지문, 보기, 선지 3번의 ‘생각하는 나’는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는 영혼’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문과 보기를 토대로 정답을 3번으로 확정할 수 있으므로 문항과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국어 3번 문항은 평가원 이의신청 기간 동안 접수되지 않았지만 평가원이 외부 자문을 거쳐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평가원은 “단순 관점 이론을 수능 국어 시험의 상황을 고려해 제시한 것으로, 지문의 ‘언어 이해’에 관한 내용은 단순 관점 이론에 부합한다”고 했다.
앞서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국어 1~3번 지문에 내용상 오류가 있고, 3번 문항의 정답이 2개라고 주장했다.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철학자 칸트를 다룬 국어 17번 문항에 정답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이의제기가 많았던 영어 24번 문항은 글의 제목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정답은 ‘Cash Or Soul? When Culture Couples with Entertainment’로 발표됐는데 일부 수험생이 cash와 soul 배치된다고 판단할 근거가 지문에 없다고 주장한 반면 평가원은 이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능 당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평가원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의제기 총 657건이 접수됐다. 올해 이의제기 건수는 지난해 342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전공 교수마저 출제 오류를 주장하는 현실에 수능 시험이 문제 풀이 기술을 측정하는 식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기출문제나 시중 문제와 유사하지 않은 제재를 이용하고 대학에서 다루는 내용까지 지문에 활용하다보니 고등학생 대상으로는 난해한 문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문항별 예상 풀이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문항을 킬러문항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어려운 난도의 문해를 요구하는 국어 지문은 정답을 맞추기 위해서 시간을 충분히 들여 지문과 선지를 여러차례 크로스체크 해야 하는 문제”라며 “결국 문제풀이 연습을 반복적으로 한 학생이 아니라면 시간을 오래 들여야 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킬러문항의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수능까지 34회 치러진 수능 중 7번의 수능에서 9개 문항의 출제 오류만이 공식 인정됐다.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법원이 정답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뒤에야 전원 정답으로 처리됐다. 당시 평가원장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