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김병기 원내대표(왼쪽에서 네번째)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당이 26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입법 조치로 대미투자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한국 정부에 신설될 한·미 전략투자공사가 한·미 전략투자기금을 운용해 대미 투자를 집행하게 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미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에 합의한 후 지난 14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하고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따른 입법 차원의 후속 조치다.
11월 중 법안이 발의되면서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미국 내 관세율 인하(25→15%)는 이달 1일부터로 소급 적용될 예정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법안 발의 직후 김정관 장관 명의 서한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보내 관세 인하 소급 적용 등을 연방 관보에 조속히 게재해달라고 요청했다. 관보에 게재되면 소급 적용이 확정된다.
특별법안에는 정부의 대미 투자 내용과 방식과 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투자 대상인 전략적 산업 분야는 조선·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에너지·인공지능(AI) 및 양자컴퓨팅과 경제·국가안보 이익 증진에 중요한 분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로 규정했다.
20년 한시로 한·미 전략투자공사를 만들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사업을 총괄한다. 공사 운영위원회가 투자를 총괄 기획하고 사업 집행을 심의하는 등 최종 의결 기구 역할을 한다. 운영위는 투자 지출 재원인 한·미 전략투자기금을 관리·운용한다.
전략투자기금은 정부 차입금과 한국은행 위탁 자산, 공사가 발행한 한·미 전략투자채권 등으로 조성된다. 외환 보유액 운용 수익과 해외에서의 정부 보증 채권 발행 등이 해당한다. 한은 위탁 자산의 경우 공사가 원금과 약정 수익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
운영위는 관세협상 MOU 해석·이행도 담당하며 MOU 개정 또는 중지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 운영위원장은 정부조직 개편으로 내년 1월 신설될 재정경제부 장관이 맡는다. 공사 사장은 운영위 심의를 거쳐 재정경제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산업통상부에는 사업관리위원회를 두고 대미 투자 후보 사업을 발굴한다. 투자 주요 기준인 ‘상업적 합리성’에 부합하는지와 전략적·법적 사항 등을 검토한다. 미국 투자위원회에서 제안하는 투자 후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법적 요건도 사업관리위가 살핀다.
사업관리위가 검토한 투자 후보 사업은 공사 운영위 심의·의결을 거쳐 한·미 양국이 협의위원회에서 논의한다. 협의위원장은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맡으며 협의위원은 한국 측 사업관리위원과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명한 미국 측 인사로 구성된다. 협의위 논의를 토대로 미국 대통령이 투자처를 선정하면 공사 운영위가 투자 자금 집행을 심의·의결해 투자가 이뤄진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운데)와 문금주·백승아 원내대변인이 26일 국회 의안과에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대미 투자 안전장치도 법안에 구체화했다. 공사 운영위는 사업의 진척 정도를 고려해 매년 200억달러 한도에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투자 집행이 국내 외환시장 불안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면 투자 액수·시점을 조정하기 위해 미국에 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산업통상부 사업관리위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미 투자위의 추천 대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투자에 따른 총 예상 수입이 대통령령의 기준 이하로 판단되면 현금 흐름의 분배 비율 조정을 미국과 협의할 의무도 있다. 투자 사업의 상품·서비스 공급업체와 프로젝트 매니저에 한국 법인·개인이 선정되게끔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법안 시행 시기는 공포하고 3개월 뒤로 규정했다. 법안은 조만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비롯한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게 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신중함과 철저함을 원칙으로 삼겠다”며 “국가 경제에 실제 도움이 되도록 꼼꼼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조약이나 MOU 등 어떤 것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