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공원로의 은행나무가 뽑힌 자리에 주황색 드럼통이 올려져 있다. 김태희기자
“이 골목은 은행나무길 때문에 찾는 곳인데…모두 없애고 주차장을 만든다니 이해가 안 가요.”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의 판교도서관 앞에서 만난 A씨(60대)는 처음 이 동네에 이사왔을 때부터 있었던 아름다운 은행나무길이 사라지게 생겼다며 허탈해했다. 그의 말처럼 골목 은행나무는 하나둘 뽑혀 나가고 있었다. 골목에는 노상주차장 조성 사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성남시가 이달 초부터 판교도서관 앞 판교공원로에 은행나무길을 없애고, 노상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에 있던 자전거도로도 철거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시’를 표방하는 시정에도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도로와 은행나무가 있던 자리 등을 합쳐 총 89면의 노상주차장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 일대에서 발생하는 상습적인 불법 주정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존 도로폭이 너무 좁아 주차면을 만들려면 은행나무와 자전거 도로까지 제거가 불가피하다는게 시의 입장이다. 이에따라 은행나무 144주 중 85주는 제거돼 59주만 남게된다. 제거된 가로수는 분당구 대장동, 금곡동 일원으로 이식된다.
이달 초 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 은행나무 길의 모습. 독자 제공
주민들 사이에선 사업 초기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걷기 좋은 지역의 명소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드는 길이 아름다워 드라마 섭외 요청도 많이 왔었다”며 “주차장 조금 더 설치한다고 주차난이 해결되는 것도 아닐텐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차장을 늘리기 위해 자전거도로를 없애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희예 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자동차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보행권과 자전거 이용 편의성을 해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잘려나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연합뉴스
성남시의 ‘가로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남 분당구는 2022년 2월 호텔 공사 시행업체로부터 진·출입으로 확장을 위한 가로수 제거 요청을 받자 수령 30년 이상의 메타세쿼이아 70여 그루를 베어내는 것을 승인해 비판을 받았다.
성남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해결을 위해 도로 일방통행 전환 및 기존 주차장 용지 매입, 판교도서관 내 주차장 신설 등을 검토했으나 모두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었다”며 “관계부서 협의와 주민설명회, 용역 검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상주차장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