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공소장에 명시
윤, 이시원과 7차례 통화 “경찰 이첩은 항명”
수사결과 변경 지시에 현장 실무진 주저하기도
12·3 불법계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 증인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을 ‘항명’이라고 지적하면서 박 대령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 이 지시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등 실무선으로 그대로 하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경향신문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사건 공소장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은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를 직접 보고받고 지시했다.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이시원 전 비서관에게 2023년 8월2일 정오부터 한 시간여 동안 총 7차례 전화하면서 박 대령이 조사 기록을 경찰에 넘긴 것이 항명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기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기록을 무단으로 이첩한 것은 국방부 장관의 명을 어긴 것”이라며 “단순한 1건의 공직기강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법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 조사결과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에게도 각 군 수사단을 국방부 직할로 통합하고, 군사경찰을 수사 인력의 50%인 400명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군사경찰 감축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섭 전 장관은 박 대령의 초동조사 결과를 바꾸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려고 같은 날 김동혁 전 단장에게 해병대 조사기록을 경찰청으로부터 회수하고 이첩 보류 명령을 어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단장은 사건 기록을 회수한 뒤 이 전 장관에게 텔레그램으로 “(박정훈 전) 수사단장 및 일부 수사팀 인원의 사전 공모가 의심되고 군형법상 집단항명죄로 의율해 수사단장은 바로 형사입건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수사단장 등에 대해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8월15일 이 전 장관 등으로부터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 기각 사실을 보고 받고 후속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이 전 장관과 김 전 단장이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한 사실도 담겼다. 이 전 장관은 같은 해 8월26일 김 전 사령관에게 “자꾸 미련 두지 마.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대해 미련두면 자꾸 (일이) 꼬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단장도 같은 날 김 전 사령관에게 “(박 대령이) 사령관님에 대해서도 ‘우유부단하다’ 이런 얘기를 했다. 저희(군 검찰)가 그거 다 상관 명예훼손으로 의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국방부로 하달되는 과정에서 실무진이 대통령실 지시에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정황도 나온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죄명과 혐의자를 빼고 수사자료만 검찰에 넘기라’는 지시를 받은 뒤, 2023년 8월1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을 통해 이 전 장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 변경 지시를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건의했지만, 이 전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장관 지시로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순직사건 재검토를 맡기려 하자 김진락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은 “장관님을 통해 조사본부에 재조사 하명 시 불신을 해소하기 보다 더 심각한 국민적 의혹과 불신만이 쌓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라면서 반대했다. 김진락 단장은 임 전 사단장 등을 채 상병 사건 혐의자에서 빼라는 박진희 보좌관 요구에 “재검토 결과의 틀이 바뀌는 것이라 안 된다. 설령 장관님 지시라고 하더라도 안 된다” “자칫 과거 잘못되신 장관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도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