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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들어총’ 오세훈의 시대착오 시즌 2

입력 2025.11.26 20:09

수정 2025.11.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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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무상급식’ 투표일 것이다. 2011년 오 시장은 (고소득층 자녀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것에 반대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무릎을 꿇고 시장직을 내놨다. 오 시장은 당시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보편복지 확대’라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했다. 이듬해 18대 대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무상급식은 물론, 무상보육까지 공약했다.

2025년, 오 시장은 또 한 번의 오판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감사의 정원’, 일명 ‘받들어총’ 논란이 한창이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 바로 옆에 공사 중인 감사의 정원은 한국전쟁 참전 22개국에 감사를 표하는 공간으로, ‘받들어총’을 형상화한 6.25m 높이 돌기둥 23개(참전국 22개+한국)를 세우는 것이 골자다.

오 시장 스스로가 국가의 얼굴이라 칭한 광화문 광장에 거대한 총 모양 조형물이라니. 무상급식을 한참 능가하는 시대착오다. 무상급식은 국내 이슈였지만, 받들어총은 국제적 망신이다. 서울시는 6·25는 자유민주주의를 굳힌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하지만, 6·25는 냉전이라는 역학구도에서 강제로 분단된 아픈 역사,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남아 있다. 세계는 이미 한 세대 전에 냉전에서 벗어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냉전에 갇혀 있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셈이다.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받들어총 조형물은 이달 초 착공해 내년 4월 완공이 목표다. 조형물에만 206억원이 든다. 조형물 완공 직후인 6월3일엔 서울시장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국가의 얼굴이 바뀌는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글문화연대가 전문업체에 의뢰해 최근 20~74세 서울시민 504명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결과, 82.3%의 시민이 감사의 정원 사업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받들어총 사업이 무상급식 때와 다른 것은 논란이 될 사항들은 쉬쉬하면서 되돌릴 수 없도록 치밀하게 단계를 밟아 추진됐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서울시 발표와 언론보도들을 되짚어보니, 2023년 9월 서울시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 3자가 국가상징공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 정지작업이었던 듯하다. 윤석열 정부 2년차. 반카르텔 정부, 공산전체주의 등을 운운하고 있던 때였다. 지난해 5월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39명이 광화문 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조례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직후 서울시는 국가보훈부가 제안한 ‘꺼지지 않는 불’과 100m 높이의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광화문 광장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여론조사부터 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섰다. 이후 ‘감사의 정원’이라는 우아한 이름을 내세워 정답을 유도하는 식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국가상징공간’ 조성을 밀어붙였다. 지난 2월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며 추진을 구체화했지만, 불법계엄 여파가 한창인 상황에서 ‘받들어총’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고, 뒤늦게 공사 사실을 알게 된 한글단체 등이 최근 기자회견을 하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 군인들에 감사하는 공간은 국내에 70곳이 넘는다. 부산에는 전 세계에서 단 한 곳뿐인 유엔군 장병들의 묘지 ‘유엔 기념공원’까지 있다. 6·25 참전국에 대한 감사는 이미 넘친다. 광화문 광장에서 감사를 표하려면 국가의 위기 상황마다 광장을 지켜온, 서울뿐 아닌 전국의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광화문 광장이 어떤 곳인가. 1394년 조선이 한성으로 천도하면서 경복궁 앞에 만들어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궁궐 앞 넓은 소통의 광장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시민들이 흥겹게 응원했던 곳이고, 4·19 혁명 이래 위기마다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불씨를 살려냈던 곳이다. 불과 몇달 전 빛의 혁명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박동을 전 세계에 알렸던 자랑스러운 현재사의 공간이다. K컬처의 매력으로 한복 차림의 외국인들이 궁궐 앞을 거닐기도 하는, 문화와 민주주의가 숨 쉬는 공간이다.

다양한 공간 논의 과정에 참여해온 한 도시 공간 관련 전문가는 “오세훈, 박원순 , 다시 오세훈 시장을 거치면서 자동차가 점유한 광화문 광장은 일상적인 휴식과 산책의 공간으로, 시민의 광장, 열린 광장으로의 흐름이 이어져왔다. 세계의 광장들도 점차 조형물들을 없애고 광장을 비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감사의 정원은 이 같은 시대 흐름을 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의 상징공간을 바꾸겠다면, 엉터리 여론조사에 기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비전을 밝혀야 한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2011년처럼 투표에 부쳐 시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 옳다.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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