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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턱

입력 2025.11.26 20:17

수정 2025.11.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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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턱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궁리할 때 흔히 우리가 쓰는 신체 기관은 턱이다. 오른쪽 손등으로 턱을 받치고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닿을 듯 말 듯 두 손가락을 살포시 턱에 댄 반가사유상의 우아한 자태도 생각하는 인간의 자세를 드러내는 듯하다. 턱은 사유의 밈(meme)이다. 이때 턱(chin)은 생물학자가 위턱이나 아래턱을 지칭할 때의 턱(jaw)이 아니다. 양손 바쁠 때 가끔 반찬통을 눌러 잡거나 방향을 지시할 때 쓰는 턱은 어금니가 촘촘히 박힌 턱과 쓰임새가 사뭇 다른 것이다.

척추동물의 진화를 다룬 책, <뼈>에서 매슈 보넌은 턱과 이가 큰 덩어리의 음식물을 먹는 데 필요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고형음식물을 먹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떠올리면 근리(近理)한 말이다. 사과 하나를 두고 친구 여럿이 나눠 먹을 때는 저마다 턱을 한껏 벌리고 사과를 크게 베어 문다. 위아래 턱이 만드는 이런 공간 덕에, 큰 덩어리 먹이를 저장하거나 먹이에 딸려온 세균을 제거할 산을 분비하는 위가 진화했다.

지난 11월 중순 ‘네이처’ 표지에는 화난 듯 이를 한껏 드러낸 뿔 달린 포유류 조상의 상상도가 실렸다. 다른 척추동물과 비교해 포유류의 턱을 분석한 중국팀의 연구 결과였다. 그들 발견에 따르면 포유류의 아래턱은 단 한 개의 뼈로 이루어진다. 이와는 달리 어류나 파충류의 아래턱은 여러 개의 뼈로 구성된다. 아래턱이 있으니 위턱도 있을 것이다. 오돌토돌한 입천장과 열여섯 개의 이를 거느린 인간의 위턱은 두개골에 단단히 결합한 한 몸뚱이이다. 따라서 하품하거나 쌈을 먹을 때는 홀로 아래턱이 움직인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참작하면 포유류의 아래턱은 머리뼈와 직접 접촉하는 셈이다. 그런 다음 우리 포유류 조상은 파충류가 가졌던 몇개의 아래턱뼈를 골라 크기를 줄이고 한데 모아 가운데귀골(中耳)로 바꿔버렸다. 이런 일은 공룡이 세상을 활보하던 시절에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동물 세계에서 턱은 무슨 이유로 진화를 거듭한 것일까?

최초로 턱을 발명한 물고기는 주로 먹는 데 턱을 쓰지만 도구로도 사용한다. 굴을 파거나 단단한 음식을 깰 때, 또는 새끼를 돌볼 때도 턱을 쓴다. 턱이 만드는 공간에 새끼를 보관하는 것이다. 턱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브리스틀대학의 연구진은 턱이 세게 무는 일과 빠르게 무는 일 사이에서 이해가 충돌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진단한다. 먹잇감을 세게 물려면 속도는 희생해야 한다. 척추동물은 이빨을 지닌 턱을 써서 먹이를 가차 없이 물어 삼킨다. 상어나 물고기의 이는 목 안으로 구부러져서 한번 잡은 물고기가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크기는 다를망정 이의 모양은 일관되게 송곳니처럼 생겼다. 포유류, 특히 인간은 턱에 앞니와 송곳니, 그리고 어금니를 갖추고 음식물을 뜯고 베고 잘게 갈아 부술 수 있게 되었다.

턱은 아가미를 지지하는 일련의 구조인 물고기의 아가미궁(arch)에서 진화했다. 물속에서 호흡에 쓰이던 구조 일부가 소화기의 최전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잠깐 그 뒷얘기를 따라가보자. 물고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흔히 보는 멸치나 고등어 등 조기어류는 현생 척추동물의 절반이 될 정도로 거대한 집단이다. 그와 달리 지느러미를 다리처럼 쓰는 육기어류는 단 8종에 지나지 않는다. 입으로 직접 공기를 호흡하는 폐어(lung fish)와 실러캔스가 여기에 속한다. 조기어류의 턱이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머무른 데 반해 육기어류는 턱을 다양하고 강하게 조련하기 시작했다. 다 화석을 열심히 분석해 알게 된 사실이다. 여러 종류의 턱으로는 다양한 먹잇감을 다룰 수 있다. 강한 턱에 이까지 장착한 육기어류는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음식물은 물론이려니와 조개나 게처럼 에너지의 밀도가 높은 고급 영양소를 얻을 수도 있었다. 산호초 주변의 수초에 숨어서 주변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빠른 속도로 잡아채는 방식을 넘어선 육기어류는 뻘을 지나 육지를 넘보게 된다. 시카고대학의 닐 슈빈은 캐나다 엘즈미어섬에서 ‘네 발 달린’ 물고기인 틱타알릭을 발견했다. 이 육기어류는 지느러미에 뼈를 보강하고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강한 턱을 지닌 채 땅으로 올라와 훗날 인간의 조상이 되었다. 턱이 만든 공간은 소화기관과 소리를 조탁하는 발성기관으로 거듭났다. 턱이 인간을 빚었다. 그러니 불량 음식 무턱대고 먹지 말고 함부로 턱짓 말자.

김홍표 약학대학 교수

김홍표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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