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가 지난 8월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실 접견실에서 이집트 변호사 A씨(오른쪽)에게 ‘조영래 변호사를 추모하는 모임’이 엮은 책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를 전달하고 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제공
“금지 단체 가입 이유로 탄압”
공항서 난민 신청했지만 거부
법원 “출입국청 결정은 위법”
항소 없으면 석방 후 난민 심사
인천공항에 4개월여 구금돼 있는 이집트 국적 인권변호사 A씨가 정식 난민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임진수 판사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 7월11일 A씨에 대해 내린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지난 25일 취소했다. 출입국청이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경우 명백히 난민 사유가 없을 때는 정식 난민심사에 부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적용한 것을 뒤집고 정식 난민심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6월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7월7일 난민 신청을 했다. A씨는 자신이 이집트 정부가 금지한 단체에 가입하거나, 책을 보유했다는 등 이유로 국가안보국이 이집트인들을 체포한 사건을 변호하는 등 활동을 했다가 탄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출국 때마다 국가안보국의 감시를 받고, 매달 여러 차례 소환돼 폭행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이집트에서 다수 인권변호사가 탄압받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낸 적도 있다.
출입국청은 지난 7월11일 A씨에 대해 “명백히 난민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난민심사에 부치지 않았다. 난민인정 신청서의 내용과 면담 조사에서의 내용이 일부 다른 점, 다수 해외 국가로 출국한 적이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이날까지 4개월 이상 인천공항에 구금돼 있다.
임 판사는 출입국청이 A씨를 난민인정 심사에 넘기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했다. 임 판사는 A씨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고, 통역의 한계 등으로 일부 답변이 달랐을 수도 있다고 봤다. A씨의 난민 사유가 없다는 출입국청 주장엔 “주요 사실에 관한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될 정도로 명백해야 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임 판사는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절차에 대해 “난민심사 절차를 간이로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면서 “출입국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으며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외국인의 난민법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입국청이 항소하지 않으면 A씨는 2주 이내에 석방돼 정식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다. A씨를 대리한 이상현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한국 사회도 독재 정권에 맞섰던 인권 변호사의 헌신 위에서 민주화를 이뤘던 만큼, 난민 신청을 한 인권 변호사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