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개 넘는 우주 쓰레기에 전 세계서 피해 속출
‘우주규제 강화’ 사다리 걷어차기일까 기회일까
지구 궤도 내 우주 쓰레기 분포. 유럽우주국 유튜브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늘(27일) 새벽 4번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누리호는 기술 완성도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제원(3단형, 높이 47m 등)으로 여러 번 발사되는데요. 이번이 ‘4차 누리호’입니다. 4차 누리호의 성공으로 한국은 자력 우주로켓 발사국으로서 기술력을 증명하는 단계를 넘어 민간분야에서 상업적 잠재력까지 보여주게 됐습니다.
그런데 대우주시대 진출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도 생겼습니다. 우주공간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과, 대응할 책임이 커졌다는 점인데요. 누리호는 발사부터 ‘우주 쓰레기’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우주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은 미국·유럽 등에서 최근 강화하는 규제도 부담이고요. 지난해 한국 우주항공청(KASA)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우주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우주 쓰레기 처리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책임을 함께 지라니 억울하기도 한데요.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우주 쓰레기는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오늘 점선면은 남 일이 아니게 된 우주 쓰레기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점(사실들): 토성 고리 아니라 지구 ‘우주 쓰레기’
우주 쓰레기는 보통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나 기능이 끝난 로켓의 잔해 등입니다. 지름 1㎜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1억3000만개에 달하는데요. 지름 10㎝ 이상만 추려도 4만개입니다. 길게는 수백년까지 지구를 떠돌고, 감속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의 특성상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초속 약 7㎞, 총알 속도의 8~10배로 날아다니는데요. 충돌하면 웬만한 인공위성은 치명적 손상을 입습니다.
우주 쓰레기 실험을 위해 질량 10g의 렉산(Lexan, 플라스틱의 일종) 투사체를 초속 7km로 두께 약 5㎝ 알루미늄에 충돌해 생긴 손상. 동전은 크기 비교용. NASA 고속충돌기술팀 팩트시트 갈무리
선(맥락들): 우주 강국들 싸움에 제3국 ‘불똥’
이 우주 쓰레기는 우주 강국들이 가열차게 활동한 결과물입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우주개발로 경쟁을 벌였고요.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가세했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중국은 우주 쓰레기를 가장 많이 만들어낸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국이 미사일 요격 체계를 시험하기 위해 2007년 폭파한 자국 기상위성은 산산조각 나 “역사상 가장 많은 우주쓰레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역시 우주쓰레기 위험을 높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조너선 맥도웰 박사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 물체 3만여기 중 3분의 1은 스타링크를 개발한 스페이스X가 발사했습니다.
우주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당장 우주에서의 활동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었던 중국 우주비행사들은 타고 갔던 선저우 20호의 귀환캡슐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는 바람에 귀환이 늦어졌습니다. 1999년부터 지구 궤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우주 쓰레기를 피해 32차례가 넘는 긴급 회피 기동을 실시해야 했고요.
지구로 추락해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지난해 3월 미국 플로리다주 한 주택에는 ISS 부품이었던 우주 쓰레기가 추락했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집의 지붕과 바닥에 구멍이 났습니다. 지난 1월 아프리카 케냐 한 마을에도 무게 500㎏에 달하는 우주 쓰레기가 떨어졌고, 지난 5월에는 1972년 소련이 발사했다 실패한 우주 탐사선이 지구로 재진입해 우려를 낳았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큰 피해는 없었지만 위험은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지난해 12월30일(현지시간) 케냐 남부 소재 무쿠쿠 마을에 떨어진 발사체 부품. 당시 낙하 지역 인근에 주거지가 있어 인명 피해가 생길 뻔했다. 케냐우주국(KSA) 제공
면(관점들): ‘우주 규제’, 사다리 걷어차기? 기회?
점점 심해지는 우주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유럽은 최근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6월 우주법(Space Act)을 발의했는데요. 목표 중 하나로 ‘우주물체 추적 보장, 우주폐기물 감축을 통한 우주활동 안전성 향상’을 명시했습니다. 우주 쓰레기 경감 계획 등을 요구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2022년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위성 운영사가 임무 완료 후 5년 이내에 위성을 폐기하도록 하는 규칙을 채택했는데요. 올해부터 발사되는 위성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엔 정부 차원에선 사상 처음으로 우주 쓰레기를 부적절하게 방치한 위성업체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업체가 위성을 쏘아 올리며 ‘무덤 궤도’(충돌 위험이 없는 궤도)로 이동할 만큼 충분한 연료를 남겨두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선진국의 규제 강화가 후발주자들에겐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U 우주법은 유럽에서 우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EU 사업자에게도 적용되고요. 미국 규칙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관에 적용됩니다. 지난해 8월 네이처지에 실린 ‘우주 환경 지속 가능성 개념화’ 기사는 “우주 활동으로 인한 환경적 부담이 소외된 집단이나 저개발국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는 무게 516㎏ 주탑재위성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부탑재위성 12기 등 총 13기 위성이 실렸다. 연합뉴스
규제 강화에 따라 커지는 ‘우주 쓰레기 처리’ 산업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최근 다양한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프랑스·캐나다 기업은 초소형 전기 입자를 연속 발사해 우주 쓰레기를 날려 보내는 기술을 개발 중이고요.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연구진은 재진입 과정에서 공기가 강하게 밀리며 발생하는 초저주파음을 감시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중국은 ‘우주 급유’를 통해 아예 반영구적으로 위성을 쓰기 시작했고요.
한국도 이제 첫발을 뗐습니다. 이번에 발사 성공한 4차 누리호에도 우주 쓰레기 문제 해결을 목표로 국내 기업이 만든 큐브(초소형)위성이 실렸는데요. 이 큐브위성은 지구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 사라지기 좋은 경로를 향해 알아서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누리호 성공으로 대우주시대에 진입한 한국은 우주에 어떤 자국을 남길까요?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 책임과 도약 사이에서 최적의 항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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