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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닮은 얼굴, 제주의 가장들

입력 2025.11.27 21:39

수정 2025.11.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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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세 명이 한 팀이다. 한 몸으로 바다를 여전히 누비면서 방문객들에게 해녀의 삶을 전해주는 세화 해녀삼춘들. ⓒ레나

해녀는 세 명이 한 팀이다. 한 몸으로 바다를 여전히 누비면서 방문객들에게 해녀의 삶을 전해주는 세화 해녀삼춘들. ⓒ레나

11월 중순, 제주도 세화에서 운영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바다가 보이는 공간도 마음에 들었지만, 운영 프로그램 중 ‘해녀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끌렸다.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는 제주도에 매해 가서 사진을 찍었고 해녀 박물관에도 갔었지만, 해녀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한 경험은 없었다.

해녀라는 직업은 독특하다. 가부장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노동력이나 번식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제주 해녀들은 남성의 노동력을 제압할 정도로 많은 수익을 내니 분명 대접을 받아야 할 텐데도, 그렇지 못하다는 게 의문이었다. 드라마로 소비되는 해녀들의 모습은 가난을 극복한 위대한 어머니이거나 불우한 운명의 주인공일 뿐, 해녀의 항일운동 역사나 그들의 업적은 뭉뚱그려진 채 캐릭터로만 그려진다고 느껴졌다.

프로그램 당일, 해녀 박물관에서 해녀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쉰다는 불턱으로 이동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물에 들어가고 쉬는 날에는 밭일을 하며, 그 돈을 모아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해녀삼춘들의 얼굴에는 삶의 고난보다는 ‘내 몸으로 벌어서 내 삶을 살아간다’는 자신감이 더 빛나고 있었다.

문득 ‘가장(家長)’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장의 사전적 의미는 집안의 큰어른을 일컫는 말, 그리고 집안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가장은 해녀들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들은 남성 나잠업자 포작(鮑作)이 버린 공납의 의무를 떠안았고, 사망한 남편이나 아들을 대신해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면서도 자식을 키우고 후학을 양성하며 제주라는 섬을 지켜왔다. 거친 세상에서 투쟁하듯(Win) 노동하여, 가족을 먹여 살릴 양식(Bread)을 집으로 가져오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장(Breadwinner)’이 될 수 있다.

해녀들은 해산물을 잡아 생을 버티니, ‘시푸드위너(Seafoodwinner)’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생의 무게를 한 몸에 지고 바다로 뛰어드는 해녀삼춘들을 하나의 직업이나 고생하신 어머니로 표상하는 것은 어쩌면 모성의 영역을 축소하려는 모종의 음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몸을 부딪쳐 생을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위대하다. 모두의 삶은 단편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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