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이 되었다. 내 나라는 내 손으로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용감한 투쟁 덕에 윤석열 일당이 일으킨 내란을 진압할 수 있었다. 계엄해제 요구와 대통령 탄핵소추 등 국회의 역할도 컸다. 덕분에 일상을 회복하고 국가도 정상화할 수 있었다. 국회만이 아니라 행정부도 ‘헌법존중TF’를 가동하는 등 내란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결의되었는데도 ‘계엄버스’에 탔던, 육군 준장이며 법조인이기도 한 육군 법무실장에게 근신 처분을 해 자유로운 몸으로 민간인 신분이 될 수 있게 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이상한 처사를 제외하곤 비교적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유독 사법부만은 내란 극복 노력은커녕, 내란 세력에 동조하며 내란 극복을 위한 국민적 노력을 가로막는 역할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대법원장 조희대와 그의 부하 대법관들은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그의 후보 자격마저 박탈하려고 했던 제2의 내란 책동을 벌였다. 국민의 참정권을 빼앗아버리려는 엄청난 도발이었다. 법원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헌법질서를 짓밟으려고 시도한 적은 없었다. 당시 대법원의 결정은 임명권자가 누구냐에 따라 갈렸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가 임명한 대법관들은 모두 한편이었다. 그래 놓고는 7개월이 다 되도록 변변한 설명조차 없다.
엄청난 일이었지만, 진상조사조차 없었다. 그러니 그 책임을 묻는 일도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대법원장은 조희대다. 멀쩡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윤석열을 풀어준 지귀연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한번도 적용한 적 없던 구속시간 계산법을 도입해 윤석열을 풀어주었지만, 지귀연은 여전히 내란 사건 전담 재판장이다.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되었던 가장 중요한 형사사건을 맡았는데도 신중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엉뚱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이나 지낼 정도로 조희대의 총애를 받은 덕인지 모르겠지만, 지귀연도 멀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란 범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성재 등의 구속영장 청구를 무더기로 기각해버렸다. 박성재는 두 번 연속으로 구속을 피했다. ‘위헌, 위법’인지 몰랐다는 뻔한 변명이 통했다. 순직해병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기각률은 무려 90%나 되었다.
3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기각률은 57%였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중 법원이 기각한 비율은 23%였다. 23%도 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검사독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라 이례적으로 높았다.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등 뻔한 이야기 말고, 지난해 구속영장 평균 기각률보다도 2.5배나 많이 기각한 까닭은 뭘까? 검사와 경찰관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특검이 갑자기 2.5배나 엉성한 수사를 했을 리도 없고, 법원이 유독 내란 사범에 대해서만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소송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했을 리도 없다.
엊그제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이 구형된 한덕수도 구속을 피할 수 있었다. 헌재에서 한 증언과 형사재판에서의 진술이 뒤바뀌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중형 선고를 예상할 만큼 도망의 염려도 컸지만, 구속되는 일은 없었다. 한덕수가 몸담았던 대형로펌의 힘인지, 그들만의 카르텔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반 시민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조희대 법원에서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다시금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모처럼 사법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밝혔다. 대법원장이 한 손에 틀어쥔 권한을 나눠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자는 진일보한 개혁안도 내놓았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19세기 영국 역사학자 존 액턴의 명언을 명심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비롯해 사법부에 대한 모든 권한을 절대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위험하다.
그러니 보다 분명한 사법개혁이 필요하다.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조희대, 지귀연과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도 추진해야 한다. 국회는 사법개혁을 위한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내란을 막기 위해 생을 제쳐두고 거리로 나선 국민, 계엄군과 경찰의 총칼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데도 용감하게 싸웠던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