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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아이쿱생협의 A씨들을 위하여

입력 2025.11.27 21:56

2018년, 본 지면에 아이쿱생협에 대한 글을 쓰고 아이쿱 측으로부터 항의깨나 받았다. 아이쿱생협의 먹거리와 상품을 생산하는 ‘구례자연드림파크’에 노동조합이 결성되던 때다. 노조가 노동권 쟁취와 직장 내 민주주의를 요구하자, 아이쿱 측은 노조가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감추려 노조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후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명예훼손’부터 온갖 소송을 걸었고, 노조 지회장은 정년퇴임 이후에도 소송에 대응해야만 했다. 대부분 노조가 승소하거나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노동자들에겐 긴 소송 과정 자체가 고통이었다. 당시 노조에 비리 프레임을 씌우는 데 앞장선 이들 중 상당수가 아이쿱 생산자들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상처를 입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아이쿱에 ‘포도’를 내려면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라 이해했던 만큼 미움도 컸다.

그랬던 아이쿱생협이 최근 큰 혼돈 상태다. 매달 조합비를 내는 대신 일종의 할인을 받는 조합원가가 사라지고 포인트로 적립하는 ‘페이백’ 방식으로 가격정책이 바뀌면서부터다. 심지어 그 포인트는 가입 시기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복잡한 가격제도다. 게다가 물품이 친환경에서 일반 사양으로 변한 것들이 늘어나고 일반 쇼핑몰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품이 자연드림 매장에 진열되기 시작했다. 애용하던 물품이 예고도 없이 판매종료가 되기도 하고 조합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며 항의하자 온라인 게시판을 아예 닫아버렸다. 이에 소비자 조합원 700여명이 따로 온라인 소통방을 꾸려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물품과 서비스의 양과 질이 달리는 주요 이유는 사람이 줄어들어서다. 2500명에 달했던 아이쿱 직원들은 1년 사이에 2000명도 남지 않았다. 여기에 떡, 두부, 우유, 음료수 등 주력상품을 생산하던 업체 대표들이 대금 미지급 문제와 아이쿱의 불공정 경영 문제를 제기하며 피해자대책위를 꾸리자 익숙한 대응을 해왔다. 배임과 횡령을 저지른 무능한 자들이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은 때지 않았다는데 연기는 여기저기에서 피어난다. 1차 농수축산물 생산자들의 대금 결제가 밀린 지 석 달이 넘어가며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아이쿱은 피해자대책위의 헛소문에 휘말린 조합원들이 나가면서 잠깐의 자금경색이 왔을 뿐, 두세 달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비용은 쭉쭉 올라가고 여기저기 갚아야 할 외상값도 많은 생산자들에게 두세 달도 너무 길다.

상식적으로 대금이 밀리면 물건을 대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농작물은 대금이 들어오든 말든 쑥쑥 자란다. 게다가 아이쿱이라는 판로마저 잃게 되면 비좁은 친환경농산물 시장에서 갈 곳이 없어 군말 없이 농산물을 계속 공급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불만이라도 표출할 수 있지만 갑을병 중에서 ‘병’도 될까 말까 한 농민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내겠느냐며 과거 아이쿱 생산자였던 A씨가 일갈했다. 알고도 당하고 모르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때 노조에 모질게 말한 것도 위에서 시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예전 동료들을 감쌌다. 대체로 아이쿱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면 관계자였던 생산자들은 ‘A씨’가 되어 자신들의 존재가 특정될까 극도로 저어한다. 계약 관계도 끝났으니 소리 없는 아우성이 아니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하고 속시원히 내지르면 좋겠건만, 소송이라도 걸려 빚내서 농사짓는 처지에 변호사까지 구해 법원으로 쫓아다닐 수는 없노라 손사래를 쳤다.

아이쿱의 옛 생산자 A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를 비리집단으로 몰아대던 그때의 생산자들 말에 노조만 상처 입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아이쿱의 많은 A씨들이 살고자 했던 말들이었으나 정작 자신들도 살리지 못했고 스스로를 찌르는 말이 되고 말았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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