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경포동 들녘에서 한 주민이 수확한 들깨를 도리깨로 털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농어촌 기본소득’이 국회 예산 심의에서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본소득 사업에서 탈락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추가 지정을 요구하고, 사업 대상인 지자체도 국비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인구 소멸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농어촌 기본소득이 ‘선심성 예산’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구체적 사업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농어촌 기본소득 적용 지역을 현행 7곳에서 12곳으로 늘리고, 국비 지원율도 기존 40%에서 50%로 10%포인트 높인 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액안 기준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비는 3409억원이다. 이는 기존 정부안(1703억원)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증액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구 표심을 의식한 여야가 증액에 합의할 수 있지만 ‘이재명표 예산’이라는 이유로 야당이 예산을 깎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는 2일 예산안 제출 기한 전까지 예산안에 대한 막판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에 월 15만원씩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사업으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시범사업 지역은 경기 연천군·강원 정선군·충남 청양군·전북 순창군·전남 신안군·경북 영양군·경남 남해군 등 7개군이다. 중앙정부가 전체 사업 예산의 40%를 국비로 보조하면 지방 정부·지자체가 나머지 60%를 부담한다.
지자체들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비 보조 비율을 현행 2배 수준인 80%까지 올려달라고 주장하면서 예산안 증액 범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범사업 지역 중 충남 청양군(21.6%)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재정자립도가 20%를 밑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심사에서 탈락했던 지자체들의 추가 선정 요구도 거세다. 전남 곡성군·전북 진안군·전북 장수군·경북 봉화군·충북 옥천군 등 5개군은 지난달 국회에서 추가 선정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증액된 사업비 3409억원 중 1021억원이 5곳 추가 지정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정부는 국비 보조를 확대하고 한꺼번에 5곳을 추가로 늘리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30일 “기본소득이 마중물이 돼 승수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도시락 구매나 청년 창업기업 식품 구매같이 ‘주민들이 기본소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게 하겠다’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체적 사업 계획 없이 기본소득 분배 내용만을 제출한 지자체는 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확한 성과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농어촌 지역에 맞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