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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미국 워싱턴 백악관 코앞에서 주방위군 2명을 총으로 쏜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란 사실이 밝혀진 후, 아프간인은 미군과 함께 목숨 걸고 싸운 동맹에서 순식간에 '안보 위협 세력'으로 전락했다.

아프간인들의 미국 정착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아프간대피'의 대표이자 전직 미군인 숀 반다이버는 경향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는 사실상 아프간인에 대한 집단처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군과 함께 목숨 걸고 싸웠던 아프간인들이 다시 안보 심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고 있다"며 "이들은 생체 정보, 신원조회, 소셜미디어 검토, 대면 인터뷰, 입국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미국 이민 체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안보 심사를 이미 통과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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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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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동맹, 깨어진 약속…“미국은 목숨 걸고 함께 싸운 동맹 반드시 책임진다더니”

입력 2025.12.01 14:06

수정 2025.12.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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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미 장병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2021년 미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을 탈출하는 아프간인들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미 장병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2021년 미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을 탈출하는 아프간인들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백악관 코앞에서 주방위군 2명을 총으로 쏜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란 사실이 밝혀진 후, 아프간인은 미군과 함께 목숨 걸고 싸운 동맹에서 순식간에 ‘안보 위협 세력’으로 전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들어왔다”면서, 모든 아프간인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고 이미 들어와 있는 아프간인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집단 처벌’인 셈이다.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은 2021년 미군이 갑작스럽게 철수할 때 탈레반의 보복 위험 속에 대책 없이 남겨졌다. 그리고 이들은 “끝까지 당신들을 보호하겠다”던 미국의 약속을 트럼프 행정부가 휴짓조각으로 만들면서 또 다시 버려졌다.

‘동맹 환영 작전’으로 입국했지만
생활고·PTSD 시달려온 아프간인

미 주방위군 총격 용의자 라마눌라 라칸왈.  AP연합뉴스

미 주방위군 총격 용의자 라마눌라 라칸왈. AP연합뉴스

용의자 라마눌라 라칸왈(29)이 왜 주방위군을 총으로 쐈는지 정확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체포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그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 제대로 된 심문이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사 관계자들은 편집증 등 여러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던 라칸왈이 미 당국으로부터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평소 반복적으로 호소해왔다고 CBS에 말했다. 라칸왈의 상태는 그와 가까웠던 아프간군 동료가 미국 정부로부터 망명 신청을 거절당한 후 2024년 사망하자 더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간헐적으로 일하며 돈을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는 집세를 내지 못해 다섯 자녀와 함께 강제 퇴거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라칸왈은 때로 방 안에 몇 주 동안 혼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어떤 때는 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 도로를 끝없이 달리곤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수사 관계자들은 아프간 준군사조직 ‘제로유닛’ 출신인 라칸왈이 전쟁으로 인한 외상후증후군(PTSD)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CNN에 말했다. 사실상 미 중앙정보국(CIA)의 직속 부대나 다름없었던 제로유닛은 CIA에 의해 모집·훈련·감독을 받았으며, 급여도 CIA로부터 받았다.

급여가 센 데다 나중에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특혜까지 주어져, 제로유닛은 아프간 남성들에게 ‘꿈의 직장’이었다고 롤링스톤은 전했다. 하지만 이 부대는 CIA의 잘못된 정보에 의존해 테러와 아무 관련 없는 민간인, 심지어 두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까지 무참히 살해한 의혹으로 국제인권단체 및 미 언론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던 곳이다.

아직도 탈레반 피해 도주 생활 중인데
미국 입국 허가만 기다려 온 아프간인 날벼락

2021년 8월 미군이 대피시킬 아프간인들을 군용기에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2021년 8월 미군이 대피시킬 아프간인들을 군용기에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목숨 걸고 CIA의 작전을 이행한 대가로 라칸왈은 2021년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수만 명의 아프간 사람들을 미국에 재정착시킨 ‘동맹 환영 작전’을 통해 미국에 올 수 있었다.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철군 발표는 아프간을 아비규환에 빠뜨렸다. 군사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귀환을 막으려면 최소 2500여명의 병력이라도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 철군을 강행했고, 이는 곧바로 탈레반의 카불 함락으로 이어졌다. 라칸왈처럼 미군과 함께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뿐만 아니라 미군 통역,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여성 권익 증진 프로그램 담당자 등이 모두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

이에 CIA는 탈레반에 보복당할 위험이 큰 제로유닛 대원 1만명과 그 가족들을 포함해 8만여명의 아프간인들을 ‘동맹 환영 작전’으로 미국에 대피시켰다. 이들 중 약 40%가량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특별이민비자(SIV)를 발급받았고, 나머지는 임시보호지위(TPS)로 체류와 취업을 허락받았다. 이후 ‘동맹 환영 작전’은 ‘영구적 환영 작전’으로 전환됐고, 아직도 아프간과 제3국에서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숨어 살고 있는 수만명의 아프간인들은 미국 입국 심사 통과만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자마자 모든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아프간인들은 패닉에 빠졌다.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여성 인권 프로젝트를 맡았던 수라야(가명)는 카불이 함락되자마자 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 오랜 피난 생활 끝에 지난 1월 겨우 미국 입국을 승인받고 미국행 항공권까지 구매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 프로그램 중지 발표로 마지막 순간에 입국을 거절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TPS 프로그램도 종료시켰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피해 몇 년째 도주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아프간인들은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미군과 함께 일했던 야시니는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해 지금도 가족들과 한 달에 두 번, 때로는 매주 이사를 다닌다. 바그람 공군 기지에서 미군 경비원으로 일했던 자와드는 탈레반에게 잡힐 우려로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해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입국 허가를 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버텨왔지만, 결국 SIV 발급을 거부당했다고 국제난민지원프로젝트는 밝혔다.

“함께한 동맹에는 반드시 책임 다하겠다더니,
한 장짜리 행정명령 메모로 약속 무력화”

점점 좁아지던 문은 라칸왈의 범행 이후 완전히 닫혀 버렸다. 미 이민국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든 아프간 국적 이민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프간이나 제3국에서 피난 생활을 하면서 미국이 구명줄을 던져주기만 기다리던 아프간인들의 합법적 이주 통로가 사실상 전면 차단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영주권이나 SIV를 발급받은 미국 거주 아프간인들도 언제든 쫓아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민국은 아프간을 포함한 19개 ‘우려국가’ 출신 외국인의 영주권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승인한 모든 망명자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간대피’의 대표이자 전직 미군인 숀 반다이버.

‘#아프간대피’의 대표이자 전직 미군인 숀 반다이버.

아프간인들의 미국 정착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아프간대피’의 대표이자 전직 미군인 숀 반다이버는 경향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는 사실상 아프간인에 대한 집단처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군과 함께 목숨 걸고 싸웠던 아프간인들이 다시 안보 심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고 있다”며 “이들은 생체 정보, 신원조회, 소셜미디어 검토, 대면 인터뷰, 입국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미국 이민 체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안보 심사를 이미 통과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안보심사를 통과한 라칸왈이 “미국에 온 후 급진화됐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그것(급진화)이 그가 사는 지역 커뮤니티와 주(州)에서의 연결을 통해 이뤄졌다고 보고, 그와 교류한 사람들, 그의 가족 구성원과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다이버는 이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외로운 늑대’형 범죄를 막는 데 실패해 놓고 아프간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토안보부는 최근 들어 개인행동 기반 폭력 예방 프로그램, 지역사회 파트너십 프로그램, 위험 평가 프로그램 등 ‘고립적 폭력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설계된 여러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면서 “그래놓고 특정 인구 집단을 탓하는 것은 게으른 변명일 뿐 아니라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다이버는 “미국은 그동안 ‘우리는 함께한 동맹에 반드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왔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법적 보호 시스템이 정부의 한 장짜리 행정명령 메모로 무력화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동맹에 대한 명백한 약속 파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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