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방지법’으로도 알려진 약사법 개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마약류 의약품 관리 강화 제도 개선까지 늦춰지게 됐다. 사진은 종로5가의 약국거리의 모습이다. 이준헌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제휴 약국에 자사 도매상에서 판매하는 약을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과도한 규제’라는 스타트업계의 반발을 고려한 일부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데, 사실상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편법적 행위를 막기 어렵게 됐다.
2일 국회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약사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 처리안건에 상정되지 않았다.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법안이기에 전날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통과가 예상됐으나, 본회의 당일 오전 분위기가 바뀌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들 일부가 업계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펼치며 안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 중에서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의 의약품 도매업 운영을 제한하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중에서 도매업을 같이 하는 업체는 닥터나우가 유일하기에, 개정안은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도 불린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3월부터 비진약품을 설립하고 의약품 도매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사 도매상에서 100만원 상당의 의약품 필수 패키지를 구매하는 약국에만 제휴 약국 지위를 부여하고, ‘나우(NOW) 조제확실’ 표시를 붙여준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며 문제가 됐다. 현행 약사법은 제약사·도매상 등이 약국이나 의료기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특정 의약품 공급·조제 등을 유도하는 리베이트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닥터나우의 영업방식은 약사법에서 금지한 ‘리베이트’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닥터나우는 지적받은 부분을 수정했으나, 여전히 자사 도매몰에서 파는 제품을 사는 약국에만 ‘재고확실’ 표시를 붙여주는 식으로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복지부와 복지위는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것만이 편법적 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라 판단해 약사법 개정안에 힘을 싣고 있었다.
하지만 벤처기업계가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서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은 “과거 ‘타다 금지법’을 떠올리게 한다”며 “약사법, 의료법 등 현행법으로 사후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사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잉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특정 약국·의약품과 연계해 환자를 유인할 경우, 이는 환자의 약국·의약품 선택권을 침해하며,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상업적 구조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신뢰성 자체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상업적 기능 확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약품유통협회는 “의약품은 사실상 공공재에 해당하며, 플랫폼이 도매업을 설립해 공급망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혁신과 무관하다”며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업 허용은 특혜이자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했다.
약사법이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하면서 개정안에 담긴 다른 의약품 안전관리 방안도 도입이 늦춰지게 됐다. 개정안에는 약사가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조제할 때 DUR(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을 통해 반드시 환자의 과거 처방이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8월 가수 싸이가 비대면 진료로는 처방받을 수 없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고, 대리수령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서 법을 보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