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에 나와 “증언하지 않겠다”는 말만 100번 이상 반복하다 증언대를 떠났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2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한 전 총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도 법정에 나왔다.
한 전 총리는 증인신문에 앞서 “재판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이 사건에서 증언하면 제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돼 내년 1월21일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재판부는 “증인의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도 있을 수 있다”며 일부 질문에만 증언을 거부하면 된다고 제안했지만, 한 전 총리는 내란 특별검사팀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던진 질문 162개에 모두 “증언하지 않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는 서로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면서 이날 두 번째로 법정에서 대면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제 진술은 탄핵심판 조서와 중앙지법 공판조서에 거의 두꺼운 책 한 권 정도의 분량으로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라”며 “1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특검 측 질문에는 답을 거부하고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이 던진 질문에는 꼬박꼬박 답했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총리가 저를 설득하려 했고, 저는 상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이렇게 (계엄 선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총리를 설득하려 했다”면서 계엄에 반대한 다른 국무위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한 전 총리에게 ‘피고인(윤 전 대통령)은 이번 계엄이 메시지 계엄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데, 증인은 계엄 당일 과거의 계엄을 생각하고 반대한 게 아닌가’ ‘감사원장과 검사까지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던 점을 알고 있나’라고 물으며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답을 끌어내려 했지만, 한 전 총리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 때 통상산업비서관으로 근무했나’ ‘당시 금융실명을 선포할 때 국무회의가 개최됐었나’ 등 사건과 무관한 질문에만 “기억난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계엄이 선포되기 직전 일부 국무위원에게 ‘빨리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연락을 돌렸던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도 증인으로 나왔다. 김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 4명 정도만 연락을 취했다가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한 전 총리 말을 듣고 난 뒤 국무회의 정족수인 11명을 대통령실에 불렀다는 기존 증언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