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신공항 공사기간 84→106개월 연장
보상액 놓고 갈등 깊어져···“생계 막막”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인근 전망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 김정훈 기자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덕도 지역사회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통상 신공항이 건설되면 지역주민에게는 호재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고령에 어업을 생계로 살아온 주민들에게 신공항 건설은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을 잃는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찾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곳곳에는 공항건설과 관련한 각종 현수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주민들은 ‘형평성 없는 감정평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강제수용 결사반대’ 등이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사이엔 토지보상과 관련한 상담을 홍보하는 세무업체 광고현수막까지 걸려 있었다.
가덕도는 김해국제공항에서 승용차로 40분 가량 떨어진 어촌 지역이다. 가덕도에서 거가대교를 거쳐 거가대로까지 약 25.72㎞를 가면 경남 거제시 장목면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거제·통영·고성 등 남해안 주민들은 공항건설을 반긴다.
하지만 공항활주로 예정지인 대항마을의 분위기는 어둡다. 거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폐업을 한 것처럼 문을 닫은 식당이 곳곳에 보였다. 항구에는 정박된 어선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을 버스 주차장에서 만난 A씨(70대)는 “10대에 이곳으로 시집와 반세기 넘게 살았는데 (가덕도신공항 조성사업 이후) 몇 푼 되지도 않는 보상 때문에 서로 감정 상하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는 게 더 두렵다”고 말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B씨(70대)는 “여길 떠나면 생계가 막막하다. 사업 추진이 계속 늦어진다는데 차라리 이참에 중단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토지소유권자 73% “보상가 이의제기”
신공항 건설로 이주 대상이 된 주민은 380가구 총 650명이다. 가덕도 13개 마을 가운데 대항·새바지·외항포 마을 3곳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가덕도 전체 인구는 4329명(2687가구)으로,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36%를 차지한다. 어업을 주로 하는 지역 특성상 이주는 곧 생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인근에 걸려 있는 현수막. 김정훈 기자
시행사인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공단)은 지난 6월부터 건설·편입 토지에 따른 손실 보상 협의를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이주단지로 터전을 옮기거나 최대 2400만 원의 정착금을 받아 외부로 이주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토지소유권자 679명 중 73%는 “감정평가액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보상가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상태다.
문제는 보상협의 난항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 정착 계획, 어업권 보상, 영업 생계유지 방안 등도 구체화돼 있지 않다.
2일 대항마을 이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원래 하나였던 대책위가 이제는 3개 이상 쪼개졌다”며 “특히 고령의 주민들은 어딘가로 이주해 새 삶을 시작하기보다 지금 자리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공단 보상팀 관계자는 “주민 이주 지원 방안과 생계 대책을 포함해 협의 중”이라며 “실질적인 이주대책은 내년까지는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지난 4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포기하면서 입찰이 중단돼 현재까지 7개월째 멈춘 상태다. 당초 2029년 개항 목표였던 계획은 업체 포기와 공기 연장 조정 등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최근 발표된 연장안에 따라 개항 가능 시점은 최소 2035년 이후로 밀렸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경향신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