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시내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엔저발 물가상승에 다급해진 일본이 금리인상을 검토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로 싸게 빌린 돈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돌아오는 현상) 우려가 1년만에 재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와 연동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시장 불안심리에 고환율이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맞부딪힌다.
일본 2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일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 1%를 넘겼다. 지난 20일 달러당 157엔을 넘기며 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은 2일 장중 155엔선에서 거래되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이 변동하자 세계 금융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7~8월처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미 국채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엔화가 비싸지고(엔화 강세) 일본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도가 낮아져 해외로 나갔던 투자자금을 회수(청산)하게 된다. 기존 자산을 팔기 때문에 신흥국 및 위험자산에 타격이 크다. 코스피가 8.77% 폭락했던 지난해 8월5일 ‘블랙먼데이’의 계기가 된 것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었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오는 19일 예상보다 일찍 금리인상에 나설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시장이 급변했다. 전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조정이 너무 늦으면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의 장·단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에 이미 원·달러 환율 상단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가 커지면 원화도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본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환율”이라며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엔화 강세를 보이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도리어 원화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해외투자자금이 한국을 비롯해 해외자산을 팔고 돌아가면 글로벌 공포심리 때문에 원화 약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1470원대에 고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어 경계감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환율은 두가지 전망을 모두 반영해 움직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내린 달러당 1468.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오전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으로 달러당 1473.2원까지 올랐지만, 엔화 강세 흐름과 외국인 국내증시 순매수 기조에 힘입어 고점 대비 5원 넘게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