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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도 사회대개혁도,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5.12.02 18:10

수정 2025.12.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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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이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이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온 나라와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지 3일로 1년이 된다. 윤석열의 반역사적·반헌법적 도발은 국회 앞으로 몰려든 남녀노소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처리로 이내 제압됐고,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구속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조기 대선, 이재명 정부 출범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지난 1년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회복력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식민지·전쟁·독재의 굴곡진 역사를 딛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이 나라의 민주주의·헌정질서가 일순간 유린되고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뻔한 최악의 시간이었고, 그걸 주권자인 시민의 손과 헌법이 정한 제도로 다시 일으켜 세운 최고의 시간이었다.

국가적 혼란 수습은 대체로 순조롭게 이뤄졌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경주 APEC 성공적 개최는 한국이 정상국가로 복귀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3대 특검 수사·재판을 통해 윤석열 일당의 내란·외환 범죄와 갖가지 국정농단 진상이 드러났다.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한덕수·박성재 등 주요 내란 관련자 구속영장 기각으로 사법부 신뢰를 묻게 하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란 단죄의 큰 줄기는 잡혔다고 본다. 범죄 증거가 차고 넘칠뿐더러, 그 누구도 전 국민이 직접 목격한 그날의 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제도개혁에선 검찰개혁이 두드러졌다. 수사·기소 분리,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 법안이 내년 10월 시행된다. 범죄 대응 역량 보존·강화, 중수청·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권력기관화 방지를 위한 정교한 후속 입법이 남아 있다. 사법개혁도 숙의·공론화 절차가 시작됐다. 사법독립과 사법부에 대한 안팎의 감시·통제가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반면 내란 극복의 완성이자 제도개혁의 핵심인 개헌은 논의가 멈춰 선 상태이고, 여야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내란 극복은 내란 이전으로 그저 돌아가는 게 아니다. 사회구성원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최소한의 권리와 삶의 질을 누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만들고 산업재해·지방분권의 경각심을 높였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표류에서 보듯 내란을 막기 위해 그 겨울 광장에 선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엔 응답하지 못한 것도 많다.

지난 1년, 한국 사회는 내란 극복에 온통 매진했다. 결코 순탄치 않은 시간이었다. 윤석열 석방이나 조희대 사법부의 역주행을 볼 때마다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주저 없이 목소리를 냈다. 가히 시민들의 ‘내란 극복 분투기’라고 부를 만한 1년이었다. 그럼에도 내란 잔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12·3 내란으로 세력화한 극우는 지금도 ‘윤어게인’을 외치고, 제1야당 국민의힘은 그걸 비호한다.

극우가 누구인가. 의회정치, 헌정질서와 법치, 민주주의, 차이와 다양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다. 이들을 소수화·주변화하려면, 그들의 ‘나쁜 정치’와 대비되는 ‘좋은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헌정질서가 더 존중받고, 의회정치와 민주주의가 더 뿌리내리고, 차이와 다양성을 더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란 극복이 사회통합과 한길에서 만날 수 있다. 민주주의와 평화와 정의가 흔들리는 이 지구에서 대한민국이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다. 정부·여당은 그 몫을 다하고, 그 정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끝없이 자문하고 성찰해야 한다.

내란 극복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년이 잘못을 바로잡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에 더해 제도개혁과 사회대개혁과 개헌까지 새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때 내란은 비로소 완전히 극복된다고 말할 수 있다. 단죄의 시간에 속도·단호함이 필요했다면, 건설의 시간에 필요한 건 국가의 틀과 민생을 다시 세우는 긴 호흡과 치밀함, 사려 깊은 소통·협치일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과제이나, 1년 전 그날 밤의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못해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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