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3원칙과 END 이니셔티브에 이어 발표
북한 반발하는 ‘비핵화’ 표현 대신 ‘핵 없는 한반도’
평화공존 방법 중 하나로 “연락채널 복구 제안”
전문가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 낮아”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우리에게 놓인 시대적 과제는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남북이 대결과 적대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하며, 공동 성장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 방향으로 핵 없는 한반도, 평화공존, 공동성장 등 세 가지를 언급하며 북한에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제22기 출범회의 연설에서 “적대로 인한 분담 비용을 평화에 기반한 성장 동력으로 바꿔내면 코리아 리스크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정책 수립에 대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다.
이 대통령은 먼저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측처럼 국제사회의 엄청난 제재를 감수하며 핵무장을 시도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냐”며 “우리의 핵무장은 핵 없는 한반도 평화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 메이커로서 북·미 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 없는 한반도는 남북한 모두에 비핵화를 이루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핵을 폐기하라는 의도로 사용돼왔던 비핵화 표현은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의무를 남북한 모두에게 부여함으로써 비핵화 논의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핵 없는 한반도와 비핵화 표현을 모두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두번째로 “평화공존의 새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7년째 중단된 남북대화를 되살리는 것부터가 평화공존의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이라며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해 우선적으로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하는 등 수차례 대화 의사를 밝혀왔다. 북한은 2023년 4월 남북연락채널을 차단했고, 유엔군사령부와 연락채널에서는 유엔사의 호출에 지금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남과 북의 공동성장을 위한 협력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하고 남북이 공동성장하는 길을 적극 모색하겠다”며 “기후환경, 재난안전, 보건의료 등 세계적 관심사이자 남북 공동의 수요가 큰 교류협력사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일방이 일방을 흡수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하는 통일은 통일이 아니다”며 흡수통일 불추구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한 “일부 정치 세력은 분단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억압했고, 급기야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세 가지 방향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한 대북 정책 3대 원칙(북한체제 존중·흡수통일 불추구·적대행위 중단),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발표한 END 이니셔티브(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며 북한에 대화를 재차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게 기존의 비핵화라는 표현과 핵 없는 한반도는 다르게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요구한 한·미연합연습 중단 등의 조치도 남한이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북한이 반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어린이들로부터 국민의 꿈과 소망을 뜻하는 바람개비를 전달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