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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선거의 꽃’ 된, 진짜 이웃들의 힘

입력 2025.12.02 20:05

미국 뉴욕시장 선거 이틀 전이었던 지난달 2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 자원봉사자들의 캔버싱(canvassing) 동행 취재에 나섰다. 캔버싱은 유권자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홍보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선거운동 방식을 말한다. 맘다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뜨거운 선거 열기를 확인하고 싶어 동행 취재를 신청하긴 했지만, 솔직히 회의적인 생각이 컸다.

고백하건대, 나는 한국에서 누가 현관문을 두드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쥐 죽은 듯 집에 아무도 없는 척을 했다. 무언가를 팔거나 권유하러 온 사람이라면 거절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절 때 가족 간에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정치에 대해 말하러 왔으니 문 열어달라고 노크를 한다고? 함께 동행한 파키스탄 이민자인 홀리와 필리핀계 2세인 크리스티나에게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긴 하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은 열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대화가 고픈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아파트 공동현관문을 통과하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였다. 홀리는 몇호를 호출해야 현관문을 열어줄 확률이 가장 높을까,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마음을 정한 듯 망설임 없이 어느 한 버튼을 눌렀다. 놀랍게도 기다림은 고작 몇초뿐이었다. ‘덜컹’하고 현관문이 열렸다. 일요일 낮 시간대라 아무도 없는 집이 많았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집들이 문을 열어줬다. “그렇지 않아도 맘다니를 찍으려고 생각 중”이라며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누구를 찍을지는 내 프라이버시라서 당신들에게 말해줄 마음이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까칠하게 반응한 사람조차도 그 말을 하기 위해 문을 열어줬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서로를 불신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캔버싱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한다. 퀸스는 다인종 사회라 괜찮았지만, 어떤 지역에선 유색인종이 캔버싱을 하러 오면 초인종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거캠프가 여전히 캔버싱을 중요한 선거운동 방식으로 여기는 이유는 ‘이웃’과 ‘대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엄청난 조회수를 올린 틱톡 영상도 좋지만, 그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저 길 건너편에 살아요”라는 말로 다가오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캔버싱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바로잡으려고 설득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합의’가 아닌 ‘연결’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고 연설하지 않는다. 손주 자랑을 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맘다니의 보육 정책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식이다.

맘다니가 1%의 지지율에서 50%가 넘는 득표율로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9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60만가구의 현관문을 하나하나 두드리고 다닌 덕분이었다. 미국의 한 정치블로거는 캔버싱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후보가 승리하는 것은 ‘바이럴’ 됐기 때문이 아니다. 이웃들이 전달한 메시지 때문에 승리한다. 디지털은 증폭기이고, 광고는 메트로놈이다. 하지만 음악은 여전히 문 앞에서 연주된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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