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의장, 사고 때마다 ‘침묵’
이 대통령 “책임 엄중히 물을 것”
사상 초유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 주가가 미국 뉴욕 증시에서 폭락했다. 쿠팡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창업주이자 실질적인 지배자인 김범석 쿠팡Inc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의 ‘무책임 경영’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전 거래일 대비 5.36% 급락한 26.65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6.13달러로 떨어지며 낙폭이 7.21%까지 벌어졌다. 이번 급락은 국내에서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여파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일 국무회의에서 “피해 규모가 약 3400만건으로 방대하지만 5개월 동안 회사가 유출 자체를 파악 못했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이 정도인가 싶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현실화와 과징금 강화 등도 주문했다.
쿠팡은 현재까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공시를 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재 가능성을 예상한다. 다만 월가에서는 쿠팡 주가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파문이 확산하면서 김범석 의장 책임론이 커지고 있지만, 사과문이나 유감 표명 등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경영 손 뗐어도 실질적 지배·책임자…사과·대응 않는 김범석
쿠팡은 2010년 김범석 의장(사진)이 설립한 회사로, 2015년만 해도 다리에 깁스를 하고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사세가 빠르게 확장하면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최근 다시 불거진 과로사 및 심야노동 논란 등 쿠팡과 관련해 부정적 이슈가 터질 때도 김 의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출석 요구를 받지만 해외 체류를 이유로 매번 불출석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미국 국적인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2021년 쿠팡 한국법인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동일인) 지정을 요구하던 때여서 ‘경영책임 회피 의도’라고 비판받았다.
김 의장은 쿠팡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쿠팡Inc 의결권 74%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막강한 의결권으로 사실상 쿠팡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책임자다.
전문가들은 김 의장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등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한다.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 의장은 이사회 의장만이 아니라 CEO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충분히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현안질의에서 김 의장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과 쿠팡 고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해당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는 이날 국회 과기정통위 현안질의에 “한국법인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 책임하에 있기 때문에 사과 말씀 드리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