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인권 침해 끝까지 책임을”
불법계엄 1년 맞아 내란 청산 강조
국가폭력 범죄 시효 폐지 주문도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뒤집어놓는 등 국가권력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데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해야 한다”며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불법계엄 1년을 하루 앞두고 내란 청산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난해 12월3일에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이했다”며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어젖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우리 국민주권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국민의 삶의 회복 그리고 국가 정상화에 전력투구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정부는 비상계엄 저지와 헌정질서 수호에 함께한 국민에게 표창 등 의미 있는 증서를 수여하고, 그날의 국민적 노고와 국민주권 정신을 대대로 기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의 입법 추진 상황을 질문하며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통일교 겨냥한 이 대통령 “해산 명령 여부 검토하라”
국무회의서 일본 사례 들며 지시 “종교·정치 구분은 헌법적 결단”
이 대통령은 “고문해서 누구를 죽인다든지, 사건을 조작해서 멀쩡한 사람을 감옥에 보낸다든지, 또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뒤집어놓는 등 국가권력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영원히 살아 있는 한 형사처벌하고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인들까지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며 “이래야 근본적으로 대책이 되지 않겠느냐. 그래야 재발을 막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다”며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의혹으로 특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통일교 재단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는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 것 같더라”며 “이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헌법적 결단이며 정교분리 원칙은 헌법에 있다”며 “이걸 방치하면 헌정질서 파괴뿐 아니라 종교전쟁 비슷하게 될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법제처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2023년 일본 문부과학성이 통일교 재단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뒤 고액 헌금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일본 정부는 법원에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종교법인 해산의 법적 근거로는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한 헌법 20조와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에 관한 민법 38조가 거론된다. 종교법인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법인이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써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배했다고 판단하면 법인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통일교 측이 불복하는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해산과 관련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3일 오전 ‘빛의 혁명 1주년,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후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을 주제로 외신 기자회견을 연다. 저녁에는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국회 앞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