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근무 환경 등 공개 요청에 한달 넘도록 “유족 원치 않아” 불응
노조 “지병 이유 책임 회피 급급”…쿠팡 “사인은 폐렴 합병증” 해명
지난 10월 쿠팡에서 새벽배송 업무를 해온 택배노동자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쿠팡 측은 고인의 노동 실태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노동조합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올해 쿠팡 및 협력사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된 택배 및 물류 노동자는 8명에 달한다.
택배노조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사건은 사건 파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사측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묻힐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그간 제공해 오던 정보들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논의를 의식한 고의적 은폐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쿠팡 일산2캠프에서 새벽배송을 해온 A씨가 지난 10월15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망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지난 10월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야간 퀵플레스 기사가 사망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쉬는 날에도 나와서 사실상 휴무가 거의 없이 계속 장시간 일하신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장시간 방치한 대리점이 제일 이해가 안 된다”고 적었다.
이 글을 접한 노조는 수소문 끝에 A씨가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용우 의원실은 10월26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관련 보고를 요구했으나 사망 경위, 노동조건, 과로 여부 등 어떠한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 쿠팡 전산시스템에는 노동자의 근무시간, 배송물량 등 각종 정보가 모두 기록돼 있다. 쿠팡은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이런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유족이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한 달 넘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은 또다시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책임회피가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업자의 의무인 재해 발생 신고가 이뤄졌는지, 산재 보상 신청이 있었는지 등 최소한의 정보 확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망사고를 포함해 올해 숨진 것으로 확인된 쿠팡 택배 및 물류 노동자는 8명이다. 이 중 6명이 야간노동자였다. 물류센터 노동자는 4명 모두 야간 업무였고, 택배노동자는 2명이 야간, 2명이 주간이었다.
CLS 관계자는 “고인이 소속된 위탁배송업체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고인은 평소 고혈압이 있으셨고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병으로 돌아가신 경우 영업점에 자료를 요청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사망사고가 일어난 쿠팡 배송캠프와 물류센터 등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