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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올 때마다 배워도 DVD 기기 작동이 익숙하지 않지만 문제없다.

신씨가 직원에게 "이것 좀 켜줘요"라고 부탁하자 1평 규모의 DVD실은 곧 '나만의 극장'이 됐다.

김씨는 "서울영화센터는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목적을 갖고 찾아가는 건물 같은데, 역 안의 오! 재미동은 지나가다가 언제든 들를 수 있는 공간"이라며 "금전적, 물리적으로 문턱이 없는 작은 문화 공간이 없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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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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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 위기 충무로역 작은 영화관 ‘오!재미동’…“추억의 사랑방, 우리 극장을 지켜주세요”

입력 2025.12.02 21:53

수정 2025.12.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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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현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의 복합문화공간 ‘오!재미동’의 아카이브 공간에서 ‘나만의 극장 10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채연 기자

신동현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의 복합문화공간 ‘오!재미동’의 아카이브 공간에서 ‘나만의 극장 10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채연 기자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찾던 공간
초보 감독 110여명 키워낸 터전

인근 서울영화센터 개관 맞물려
‘기능 중복’ 이유 운영 종료 통보
시민들 요청 커지자 재검토 방침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 중구 지하철 충무로역 안에 있는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을 찾는 것은 신동현씨(72)의 10년도 넘은 일상이다. 수십년 건축 일을 해 무릎 관절이 다 닳은 그에게 오!재미동은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무료 영화관’이다.

“다른 곳들은 지하철 타고도 또 걸어야 하는데, 여긴 충무로역 안에 있으니까 바로 오지.”

오전 신씨는 ‘오늘 뭐 보지’ 궁리하며 지하철을 탄다. 그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갯마을> 등 이곳에서 십수번 본 1960년대 영화들을 줄줄이 읊었다. 그 시절 사람들의 순박함에 마음이 따뜻해진단다. 신씨는 기자와 만난 지난달 27일에는 신상옥 감독의 <천년호>를 집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에겐 여기가 적격이야. 극장이 꼭 커야만 해?”

올 때마다 배워도 DVD 기기 작동이 익숙하지 않지만 문제없다. 신씨가 직원에게 “이것 좀 켜줘요”라고 부탁하자 1평 규모의 DVD실은 곧 ‘나만의 극장’이 됐다.

오!재미동은 오는 13일 문을 닫는다. 신씨는 이 소식을 전하는 기자에게 연신 “참 막막하네”라고 했다. 오!재미동은 2004년 서울시에서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층 개찰구를 지나면 책과 DVD를 빌려 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 신진 작가들의 예술 작품이 진열된 갤러리, 28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 신진 예술인 육성 교육을 하는 커뮤니티룸이 길게 이어져 있다.

오!재미동 폐관은 50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서울영화센터 개관과 맞물려 있다. 서울영화센터는 지난달 28일 지하 3층~지상 10층 건물에 문을 열었다. 독립·예술영화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 영화문화공간을 표방한다. 서울시는 올해 초 두 공간의 기능이 중복된다며 오!재미동에 운영 종료를 통보했다. 단골 시민과 직원들은 “오!재미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따로 있다”고 아쉬워했다.

같은 날 작은 영화관은 50년 지기 친구 20여명으로 꽉 찼다. 몇십년 전 삼삼오오 모여 예술영화를 보던 숙명여고 60기 시네필 모임 회원들은 2016년부터 오!재미동에서 만난다. 매달 직접 선정한 독립·예술영화 한 편을 보고 ‘우리만의 GV(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한 명씩 스크린 앞으로 나가 마음껏 생각을 이야기하고 함께 왁자지껄하게 웃는다. 몇년 전 오!재미동이 음향 기기를 새로 들이자 20명의 친구들은 ‘80대까지 같이 영화 보자’며 약속했단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조복례씨(73)는 “큰 영화관은 대여비가 비쌀 수밖에 없고, 빌려도 썰렁한 느낌이 난다”며 “우리가 필요한 건 작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3시간 기준 5만~8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회원 박온실씨(73)는 “1년에 6만명이 이곳을 찾아온다는데, 여길 하루아침에 없앤다면 문화 강국이란 현재를 역행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2일 ‘오!재미동’ 입구에 영화관의 존치를 바라는 시민들이 남긴 메모가 걸려 있다.

2일 ‘오!재미동’ 입구에 영화관의 존치를 바라는 시민들이 남긴 메모가 걸려 있다.

예술인들은 오!재미동을 자신의 ‘햇병아리 시절’과 함께 떠올린다. 2013년 첫 전시를 오!재미동에서 했던 작가 안준영씨(41)는 “여러 작가의 처음이 이곳에 남아 있다”면서 “이곳이 무작정 없어진다면 이 가치가 외면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미동 커뮤니티룸은 제작워크숍 ‘언더그라운드 플러스’를 통해 초보 감독 110여명을 키워냈다. 초보 감독들이 만든 단편 역시 오!재미동에서 선을 보였다.

김동인씨(27)와 고수빈씨(23)는 오!재미동이 사라진단 소식에 2일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 김씨는 “서울영화센터는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목적을 갖고 찾아가는 건물 같은데, 역 안의 오!재미동은 지나가다가 언제든 들를 수 있는 공간”이라며 “금전적, 물리적으로 문턱이 없는 작은 문화 공간이 없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고 했다.

시민들은 ‘안락한 퇴근 후 휴식처였다’ ‘이제 오래된 다큐는 어디서 보나요?’ ‘나의 20~30대 기억이 있는 곳’ ‘이런 좋은 곳을 이제야 와보다니!’라는 메모를 오!재미동 입구에 남겨 아쉬움을 전했다.

단골 이용객과 예술인들의 아쉬움이 커지자 서울시도 폐관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이달 중순 서울시의회의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되면 향후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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